
해킹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IT 분야에서는 주로 컴퓨터·네트워크에 침투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미국의 F-35기 정보가 중국 해커에 의해 유출됐다거나 미국이 사이버 전쟁 계획을 고려 중이라는 기사는 다시 한번 해킹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이디어 세계에서도 해킹이란 용어를 사용하는데, 평범한 일상 용품을 새롭게 바꾸는 것을 의미하며, 특별히 ‘제품 해킹’이라 불린다. 사람들은 기능을 개선하기 위해, 용도를 바꾸기 위해, 또는 단순히 재미를 위해 제품 해킹을 즐기며, 인터넷에서 정보를 교류하거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뽐내기도 한다.
사례에서 제품 해킹의 세계를 살짝 들여다보자. 베트남 전쟁에서 총탄을 막아 목숨을 구했다는 일화로 유명한 지포 라이터는 웬만해서는 꺼지거나 망가지지 않는 성능과 멋진 리폼으로 마니아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만약 여러분이 지포 라이터를 새롭게 변모시킨다면 어떤 상상이 가능할까. 생김새에서, 부품에서, 그리고 기능과 성능에서 영감을 얻어 보자.
Rog8811이라는 닉네임의 한 레이저 전문가는 지포 라이터를 멋진 레이저 쇼를 연출하는 프로젝터로 바꾸어 놓았다. 아이디어도 멋지지만 지포 라이터의 작은 공간에 기능을 구현한 그의 기술적 역량과 열정이 놀랍다.
‘http://hacknmod.com/hack/how-to-laser-projector-inside-lighter’ 사이트에서 정교한 블록 다이어그램을 포함한 자세한 개조 방법을 볼 수 있다.
‘레디메이드’는 만들기를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잡지인데, 제시된 물건을 가장 창의적으로 변화시킨 사람에게 상을 주는 맥가이버 콘테스트 코너를 진행한다. 제시된 아이템으로 고장난 우산이 있었는데, 여러분이라면 이 쓸모 없는 우산을 어떻게 변모시키겠는가. 콘테스트의 우승은 꺾인 우산 살과 천을 잘 조화시켜 만든 잡지 꽂이에 돌아갔다.
우리는 일상용품을 변화시키는 해커들의 모습에서 상상가들의 열정과 창의성을 느낄 수 있다. 그들 주변의 물건은 늘 보는 익숙한 것이 아닌 새로운 창조의 대상이다. 어릴 적 고장 난 워크맨을 고치려고 이리저리 분해하던 기억을 떠올려 보라. 여러분 앞에 놓인 물건 하나하나가 새로운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김원우 KT 중앙연구소 수석연구원, 디지에코 퓨처UI 연구포럼 시솝 wwkim@k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