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 대우 에어컨 사업부 눈독

  귀뚜라미그룹이 대우일렉 에어컨 사업부의 유력한 인수자로 떠올랐다.

대우 채권단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사업부별로 매각을 추진 중인 ‘대우일렉 구조조정’과 관련해 귀뚜라미그룹이 대우 에어컨 사업부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귀뚜라미그룹은 지난달 채권단 측에 사업부 인수 의향서를 정식으로 제출했다. 채권단은 최종 협상대상자를 놓고 막바지 심의를 진행 중이다.

귀뚜라미가 에어컨 사업을 인수하면 삼성·LG전자와 함께 에어컨 시장에서 단번에 ‘빅3’로 부상한다. 귀뚜라미는 특히 기업 시장격인 냉방 공조 시장에 점유율 수위를 달려 충분한 시너지가 있다고 판단해 이번 인수를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귀뚜라미는 인수를 마무리하는대로 기업과 시스템 시장뿐 아니라 가정용 에어컨 시장에도 공격 경영에 나설 계획이다.

보일러 시장 터줏대감인 귀뚜라미는 이미 2000년대 후반부터 정체에 머물고 있는 보일러 사업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인 인수·합병 전략을 펼쳐왔다. 특히 냉난방 분야 중견 기업을 소리 소문 없이 인수해 브랜드 가치와 생산·기술 노하우를 확보하는 등 외형 확대를 위한 공격적 행보에 나섰다.

지난 2003년과 2006년 각각 센추리 아산공장과 범양냉방을 인수해 사업군을 확대했다. 지난해에도 냉난방 공조 전문 업체 신성엔지니어링에 150억원을 투자해 지분 93% 가량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공조 분야 ‘톱 5’에 드는 중견 기업인 범양냉방·신성엔지니어링을 인수하면서 5년 만에 보일러 전문업체에서 냉방 공조 분야 시장 수위를 달릴 정도로 이미지를 변신했다.

이번에 대우 에어컨 사업에 눈독을 들인 배경도 냉난방 공조 분야 노하우와 대우가 가진 소비자용 에어컨 생산과 기술 노하우를 합치면 삼성과 LG가 주도하는 에어컨 시장에서 충분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 주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귀뚜라미는 최근 실내 상층부의 따뜻하고 오염된 공기를 흡입하고, 에어컨 하단부에서 신선하고 시원한 바람을 송풍하는 방식으로 냉기를 아래로부터 전달하는 새로운 개념의 에어컨을 출시할 정도로 가정용 에어컨 시장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대우일렉은 지난달 TV와 에어컨 사업을 포기하고 세탁기·냉장고·전자레인지 등 세 개 사업부만 남기는 내용으로 사업 구조조정 방안을 공식화했다. 대우 전체의 새로운 주인을 찾는 방안에서 영상· 에어컨·쇼케이스·청소기·전기모터 등 사업부를 쪼개서 회생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채권단은 이미 지난달 정리 대상 사업부문 매각 공고를 냈으며 이 달 안에 사업부 매각을 끝낸다는 방침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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