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무역흑자가 60억달러를 넘어 월 단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안타깝다. 수출이 증가했다기보다 수입 감소폭이 더 커져서 나타난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이 안 먹고, 안 쓰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우리나라는 306억7000만달러를 수출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19.0% 줄었다. 반면에 수입은 246억5000만달러로 35.6%나 급감했다. 60억2000만달러에 이르는 무역수지는 전형적인 허리띠 졸라매기에 의한 구조에서 나왔다.
반길 만한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해외에서 원자재를 들여와 이를 가공, 되파는 형태의 수출주도형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 원유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51%, 철강은 49%가 줄었다. 세계 최강이라고 하던 반도체 분야에는 제조용 장비 수입액이 80%나 금감했다.
IT 산업을 견인하는 통신사업자의 설비투자도 볼품없다. KT의 1분기 설비투자 규모는 1208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3953억원에 비해 69.5%나 급감했다. KTF도 같은 기간 1524억원으로 2838억원을 기록했던 전년에 비해 40% 이상 줄였다. LG텔레콤은 368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3% 축소한 규모다.
우리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고, 금고에 현금 유보금을 쌓아둔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장기 불황에 대비해 투자를 줄이고, 돈줄을 죄고 있다. 글로벌 경영을 위해 해외투자를 단행하던 기업들도 멈춰섰다. 1분기 우리나라의 해외직접투자는 38억80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7.3% 줄었다. 나라 안이든 바깥이든 모두 투자를 줄이고 있다.
투자축소는 단기간 기업에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 스스로 불황의 늪으로 빠져드는 무덤이 된다. 기업이 돈줄을 죄면 소비자는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다. 투자는 불황을 이기는 선순환 고리의 맨 앞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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