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진입시키고 국민의 삶의 질을 한층 더 높여 나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과학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발전을 이끄는 것이다.
지난 17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정리한 이 신념은 지금 와서도 변함이 없다. 현재의 국가경제 위기 돌파 해법도 역시 과학기술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난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라 촉발된 세계 금융시장의 위기가 우리나라 전 산업분야로 파급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위기 돌파를 위해 필요한 선도적인 산업군은 명확하게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선진국은 신산업화를 추진하고 중국·인도 등 후발국이 전통산업 분야에서 우리나라를 추격하고 있는 이중의 압박을 감안할 때 기존 주력산업이 언제까지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되어줄지 우려스럽다.
그러나 현 ‘샌드위치 상황’이라는 비관적 현실을 돌파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과거에는 개별산업 내 주자들의 경쟁력 정도에 따라 시장 성패가 결정됐지만 향후는 산업과 산업, 기술과 기술의 융합에 의해 산업경쟁력이 좌우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IT와 조선 등 이미 확보하고 있는 경쟁력을 ‘융합’이라는 산업발전 흐름에 맞게 잘 결합시키고 발전시킨다면 오히려 지금의 경제위기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경제 침체기에는 위기극복을 위해 다양한 정책수단과 방법들이 고려될 수 있고, 대증요법식 정책이 일정부분 불가피하다. 그러나 지금은 공격적인 연구개발 투자확대로 중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사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발굴된 산업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도록 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일시적이고 한시적인 소비성 재정지출 확대는 단기적인 경기부양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위기국면 탈피 후 지속성장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R&D 투자를 통해 성장잠재력과 기초체력을 다지는 작업 즉 회복기의 급성장을 위한 준비가 더욱 절실하다.
이런 관점에서 올해 들어 R&D와 인재개발, 마케팅을 더욱 더 강화하는 LG그룹의 모습은 주목할 만하다. 또 장기적인 불황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R&D 투자를 지속해 불황기 이후의 호황기에 놀라운 성장을 보여 주었던 일본 기업들의 생존전략을 교훈으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1990년대 초·중반 독일과 일본 민간기업이 경기침체로 인해 R&D 투자를 줄인 반면에 이들 정부는 더욱 공격적인 공공 R&D 예산을 책정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당장의 배고픔 때문에 일부 비난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지금은 이들 정부의 투자가 결국 국가성장 동력이 돼 장기적인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국내 역시 R&D 투자를 줄이겠다는 기업이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결국 우리나라도 공공 부문의 공격적인 R&D 활동이 적극 추진돼야 할 것이다. 공공 부문의 R&D를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공공과 민간 부문의 상호 유기적인 R&D 활동을 바탕으로 공공 부문 R&D 성과가 민간기업의 경쟁력 강화로 연계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 성장동력 산업의 확보와 미래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서는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확보할 수 있는 공공 부문 R&D 투자 확대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김영선 한나라당 국회의원 auto3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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