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관공-한전 싸움에 소비자 등만 터졌다

 대표 유통업체인 이마트는 약 40개 지점에 7200여개의 LED 유도등을 도입하기로 하고 지난 3월 말 입찰까지 끝냈다. 내부적으로 사업자도 정했지만 최종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있다. 교체 시점도 정하지 못했다. 에너지관리공단(이하 에관공)이 지난 1월 잠정 중단한 장려금 지급이 언제 재개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뒤늦게 정부가 나서 교통정리를 하면서 이르면 다음달 지급이 재개될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 지원을 믿고 올해 고효율기자재를 설치한 수요자가 제때 장려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정부의 늑장 대응과 주관기관의 무책임한 처사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4월부터 고효율기자재로 인증된 제품에 ‘e’마크를 부여하고 소비자가 이 제품을 구입하면 장려금을 지원했다. 그러나 고효율기자재 보급 사업의 주관기관을 놓고 에관공과 한국전력(이하 한전) 간에 다툼이 생기자 에관공이 지난 1월 9일 장려금 지원사업을 잠정 중단했다.

 그 사이 올해 들어 발광다이오드(LED) 유도등과 인버터, 전동기, 펌프 등 고효율기자재를 도입한 수요자만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다. 대형 유통점이나 아파트 등지를 대상으로 대규모 교체 사업을 추진했지만 이마트의 사례처럼 예비 구매자가 구매를 늦췄기 때문이다. LED 유도등 전문업체인 올라이트라이프(대표 박종서·김진욱)의 한 관계자는 “많은 돈을 들여 고효율기자재로 등록했지만 최근 장려금 지급이 중단돼 적극 판매에 나설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는 분쟁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3개월이 넘는 중재 끝에 기존 방식을 고수하는 쪽으로 교통정리를 했다. 지경부는 고효율기자재 보급 사업의 주관기관을 종전처럼 한전과 에관공으로 이원화하기로 결론을 내렸다고 28일 밝혔다. 지경부는 당초 고효율기기 보급 사업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주관기관을 한전으로 일원화하기로 했지만 두 기관이 워낙 첨예하게 대립하자 결국 기존 방식을 고수하기로 했다.

 한진현 지경부 에너지산업정책국장은 “두 기관이 전력산업기반기금을 놓고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리면서 그동안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시간만 끌어온 것이 사실”이라며 “주관기관을 정리했기 때문에 장려금 지급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경부는 보급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고효율 변압기, 조명제어시스템 등(한전) △LED 조명, 고효율전동기, 고효율 펌프 등(에관공) △고효율 조명기기, 고효율 인버터(한전·에관공 공동) 등 품목별로 주관기관을 분리할 방침이다. 에관공도 장려금 지원을 이르면 다음달 재개할 계획이다.

  이동인기자 di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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