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두 번째 와인 샤토 무통 로실드(Chateau Mouton Rothschild)에 대해 설명한다.
와인업계에서 1973년이 대단한 뉴스거리가 터진 해로 기록된다. 1855년 프랑스 정부가 그랑크루 등급분류법을 제정해 4개(라투르·마고·라피트 로실드·오브리옹)뿐이었던 1등급 와인에 그해 무통 로실드를 올려 놓았기 때문이다. 이런 재분류를 받은 와인은 아직까지도 무통 로실드 하나밖에 없다.
1등급 와인으로 승격됨을 기념하기 위해 와인 라벨에 파블로 피카소 그림을 담아 전 세계 와인 수집가의 호기심을 끌어냈으며 라벨 문구도 바꿨다. 종전에는 ‘나 1등급이 못 됐음. 나 2등급에 만족 안 함, 나는 무통’이라고 표현했으나 1등급으로 승격된 이후에는 다음과 같이 바뀌었다. ‘나 1등급. 나 2등급이었음, 무통은 변하지 않는다.’
무통 로실드는 영국의 유대계 금융가문으로 프랑스에 진출해 1853년 포도원을 매입한 로스차일드 가문(나타니엘 로실드)에서 시작됐다. 필립 로실드 남작 시절부터 최고 와인으로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됐다. 1988년 그가 작고한 이래 딸인 필리핀 로실드가 운영하고 있다.
필립 로실드는 와인 제조도 최고로 했지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 최고의 미술 마케팅을 한 천재다. 당대 최고의 화가에게서 그림을 선물받아 매년 무통 로실드의 라벨에 사용하고 그림 값은 와인을 선물하는 것으로 대신했다고 하니 그의 폭 넓은 미술계와의 교분을 짐작할 수 있다.
살바도르 달리(1958), 헨리 무어(1964), 마르크 샤갈(1970), 파블로 피카소(1973), 앤디 워홀(1975), 프란시스 베이컨(1990) 등 화려한 거장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1945년 세계대전이 끝났을 때 처칠 영국 수상의 V자 손가락 표시가 세계인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지만, 와인업계에서는 승리의 V자가 들어간 필립 줄리앙의 작품을 무통 로실드 라벨에 넣어 많은 인기를 얻었으며 얼마 전 이 와인이 경매에서 31만달러에 낙찰됨으로써 공식적으로 가장 비싼 와인으로 알려지게 됐다.
무통 로실드 와이너리는 보르도의 포이악 지방 북쪽 자갈 토양에 자리 잡고 있다. 카베르네 쇼비뇽의 혼합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서(카베르네 소비뇽 85%, 메를로 5%, 카베르네 프랑과 프티 베르도 10%) 매우 강건한 맛을 느끼게 하며 이웃하고 있는 라피트 로실드보다는 라투르와 맛이 더 비슷하다. 디캔팅을 2시간 정도 한 후 마시면 향과 타닌이 대단하게 느껴지는 무게감 있는 풀보디 와인이다.
필립 로실드 부녀는 해외로 눈을 돌려서 합작회사를 설립,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미국의 로버트 몬다비와 합작으로 오퍼스 원(Opus one), 칠레의 콘차이 토로와 알마비바(Almaviva)를 탄생시켜서 미국과 칠레의 가장 훌륭한 와인을 만들었다. 이른바 ‘파리의 심판’이라 일컫는 1976년 파리의 한 식당에서의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미국 와인이 1등 점수를 받고 2등에 선정된 와인이 무통 로실드 1970년 산이어서 프랑스가 망신을 당하기도 했지만 무통 로실드는 아직까지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구덕모 와인앤프랜즈 사장 www.wineandfriend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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