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촌 곳곳마다 녹색열풍이 거세다. 녹색성장이 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성장을 이끌어 낼 새로운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뉴 아폴로 프로젝트를 마련해 향후 10년간 1500억달러를 녹색산업에 투입하기로 했으며 일본도 2015년까지 태양광·태양전지 등 환경시장을 100조엔 규모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GE·도요타·IBM 등 글로벌기업도 녹색가전, 친환경 자동차 개발 등 향후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그린오션 시장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에서도 2012년까지 총 50조원을 투입하는 녹색뉴딜 정책을 발표하고 100만개 일자리 창출과 함께 신재생에너지, 발광 다이오드(LED) 응용, 그린수송시스템 등 6개 녹색기술 분야를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중점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새로운 기술과 시장이 출현하는 패러다임 전환기에는 역사적으로 표준의 역할과 중요성이 더욱 확대됐다. 1990년대 후반 인터넷 정보혁명 시대 최대 수혜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도 IT 패러다임 전환기를 잘 활용해 전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을 장악한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이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의 성공에는 사용자 중심의 신기술 개발과 웹 브라우저 표준전쟁에서의 승리가 주효했다. 즉 신기술 확보와 표준선점이 패러다임 전환기에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기반을 구축하는 성공 열쇠가 됐다.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의 특수상황에서는 표준이 기업의 생산비용을 절감하고 품질개선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성공적인 녹색시장 확보는 다음과 같은 무역환경의 이해와 준비를 바탕으로 가능하다.
그동안 각국 정부는 환경을 지킨다는 명분 아래 수입제품에 환경기술 장벽을 쌓아 왔다. 2006년 유럽에서 발효된 RoHS 지침은 유해물질을 함유한 전기·전자제품 수입을 제한한 대표적인 환경기술장벽에 해당한다. 이러한 환경기술 장벽은 녹색시대에 더욱 견고해지고 확장될 것이다. 더구나 소비자도 녹색제품 구매에 동참해 고효율 에너지 제품, 저탄소 생산제품, 친환경 제품만을 구입할 것이며 각국 정부에서도 저탄소 제품 지원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제품개발 단계에서부터 녹색요소를 사전에 점검하고 이들 장벽을 극복할 녹색표준 개발에 힘써야 할 것이다.
차세대 녹색산업으로 조망되고 있는 LED 응용 분야에서도 세계시장 확보를 위해 신기술 개발과 함께 국제표준·인증시스템 구축이 절실히 요구된다. 원천 신기술을 확보했다 하더라도 LED 조명제품의 성능, 에너지 효율성, 안전성 등을 검증할 국제표준과 국제적인 인증 시스템이 없다면 소비자 신뢰를 얻을 수 없다. 마치 나침반 없이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호화 유람선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에서도 LED 응용제품의 국제표준안을 금번 서울총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 총회가 개최되는만큼 우리 기술이 반영된 LED 응용 제품의 국제표준 선점을 기반으로 세계시장을 석권할 좋은 기회가 되기 바란다.
녹색시장 선점을 위한 핵심명제는 명확하다. 녹색시대를 주도할 원천 산업기술개발과 국제표준 확보 그리고 국제적인 인증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연계돼 신기술 제품 시장을 선점해 나가는 것이다.
정부도 기후변화협약 대응, 자원순환 촉진, 그린에너지 분야 등 향후 5년간 총 150종의 녹색표준 개발을 통해 그린표준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태양광·풍력·수소연료전지의 3대 에너지 분야에서는 국제적인 인증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녹색물결 속에 시장이 있고 우리의 미래가 있다. 초경쟁시대에는 영원한 강자도 없고 승자도 없다. 다만, 변화에 신속하게 적응하고 체계적인 준비와 대응하는 자만이 생존할 뿐이다. 녹색패러다임 전환기에 표준선점이 변화에 적응하는 수단임을 잊지 말고 이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녹색성장을 이루어내기 기대해 본다. 남인석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장 namis12@mke.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