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너선 슈워츠 선 CEO는 오라클과 선의 결합을 ‘IT 통합 발전소’ 탄생에 비유했다. 양사가 거의 겹치지 않는 사업군을 보유한만큼 합병에 따르는 시너지 효과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특히 외신들은 오라클이 자바 플랫폼과 솔라리스 운용체계(OS) 기술을 획득하면서 IBM을 위협할 수 있는 존재가 됐다고 평가했다. 경험이 전무한 하드웨어 시장에서 선의 서버 사업을 되살려낼지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오라클은 강한 자신감을 밝혔다.
◇IBM, ‘나 떨고 있니?’=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은 이번 합병을 놓고 “오라클이 빅블루(IBM)로부터 선을 낚아챘다”고 표현했다. 이는 IBM이 오라클에 앞서 선과 인수 협상을 벌여왔기 때문인 동시에 오라클과 선 통합 소식에 가장 긴장할 수밖에 없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오라클과 IBM은 모두 자바의 최대 사용자다. 특히 IBM은 자바 등 오픈소스의 최대 지원자지만 오라클이 자바 기술을 통제하게 되면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존 뉴턴 앨프레스코소프트웨어(SW) 최고기술담당(CTO)은 “IBM이 선을 놓친 것은 어처구니없는 실수”라고 말했다.
에릭 오픈쇼 딜로이트 기술시행 부문장도 “오라클의 선 인수는 IBM에 나쁜 소식”이라며 “오라클이 (SW 시장에서의) 강력한 영업력을 바탕으로 선 서버 판매에 나선다면 IBM의 메인프레임과도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라클, 천군만마 ‘자바’=오라클은 지난 2005년 이후 총 345억달러를 투입해 무려 52개의 크고 작은 기업을 사들였지만 이번 선 인수만큼 큰 효과가 기대되는 작업도 드물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미 IBM에 이어 기업용 SW 시장에서 2위를 유지하는 오라클이 선을 사들이면서 얻은 가장 큰 자산은 ‘자바’와 ‘솔라리스’ 기술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웹사이트는 물론이고 최근 휴대폰의 기반 기술로 널리 채택되는 ‘자바’ 기술을 컨트롤할 수 있게 돼 관련 시장 내 영향력도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래리 앨리슨 오라클 CEO는 “자바는 오라클이 지금까지 사들인 자산 중 가장 중요한 SW 자산”이라고 표현했다.
◇하드웨어 수익 창출, 만만치 않다=또 다른 이슈는 오라클의 하드웨어 시장 행보다. 사프라 캐츠 오라클 공동 대표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선의) 하드웨어 사업 부문에서 하이엔드 서버와 스토리지로 이익을 창출할 것”이라며 “인수 이후 첫해 총 15억달러 이상의 이익을 추가할 것”이라는 목표를 밝혔다. 이는 오라클이 BEA·피플소프트·시벨 등의 인수 당시 제시했던 목표치보다 높은 것이다.
이 같은 포부에 전문가들은 일제히 오라클이 하드웨어 사업 경험이 없어 HP·IBM·델·시스코 등 쟁쟁한 경쟁자와 부딪혀야 해 도전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포브스는 선이 지난해 인수한 오픈소스 기반 DB인 ‘마이SQL’과 오라클의 DBMS의 상충 지점을 최소화하는 등의 과제도 향후 지켜봐야 할 관전 포인트라고 보도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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