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통했던 소프트웨어(SW), 그것도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SW가 왜 해외 시장에서는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하는 것일까. 고객의 요구사항이 있으면 그 누구보다 빨리 제품을 개발하는 한국 SW 기업들의 저력이 왜 해외에서는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일까.
해외 시장을 두드려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첫 번째 답을 ‘결국은 품질’이라고 말한다. 브랜드 인지도가 전무한 상태에서 고객 하나를 확보하는 것도 힘이 드는데, 품질이 좋지 않은 제품을 공급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신뢰에 금이 가는 것은 당연지사. 고객층을 넓히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국에서는 품질에 어느 정도 문제가 생겨도 즉각 대응이 가능하지만, 해외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그동안 한국 SW기업은 ‘빨리빨리’ ‘고객이 원한다면 무엇이든’을 앞세워 숨가쁘게 달려왔다. 이것은 누가 뭐라 해도 한국 기업의 큰 장점이었다. 만약 품질만 앞세워 고객 요구에 빨리 대응하지 못했다면 이 정도의 성과도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전진하기 위해 다음 단계로 ‘품질’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연중기획 ‘SW 글로벌 스타를 향해’의 3부는 우리의 현황과 세계 기업이 품질에 쏟아붓는 노력을 점검하고, 우리가 강화해야 할 분야를 찾아본다. 이와 더불어 품질 관련 각종 제도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한다.
대한민국을 한바탕 혼란으로 몰아넣은 2003년 1·25 인터넷대란. 모든 인터넷 시스템이 마비된 이날의 사건은 어이없게도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일어난 것이다.
바이러스와 같은 악성코드는 SW의 허점을 공략해 나오게 된다. 품질이 완벽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가 생각보다 치명적이라는 것을 잘 알려주는 사례다. 이러한 일을 방지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자국의 SW 품질 강화를 위해 강력한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 한국 SW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이들 정책을 따라야 한다.
신석규 TTA SW시험인증센터장은 “눈에 보이지 않은 SW기 때문에 끊임없이 테스트하고 관리하는 등 품질에 대한 노력을 더욱 많이 기울여야 한다”며 “세계 시장으로 가기 위해서도 기본은 품질”이라고 말했다.
◇미국, 20년 전부터 품질 활동=미국은 SW가 국가안보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하고 국가적 관점에서 SW 신뢰성 확보와 산업 경쟁력 제고를 모색하고 있다.
민관 대표기관으로 구성된 ‘국가SW전략추진위원회(NSG:National SW Strategy Steering Group)’를 주체로 SW 신뢰성과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SW 2015(A National Software Strategy to Ensure US Security and Competitiveness)’를 추진 중이다.
품질 활동도 누구보다 빨랐다. 1980년대부터 NTS/XXCAL, NSTL, 베리테스트 등의 SW 품질기관(기업)이 설립돼 현재 세계 최고의 품질 보증 전문 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다.
SW 제품뿐 아니라 개발 프로세스의 품질을 관리함으로써 완성도를 높이려는 노력도 먼저 진행됐다. SW 프로세스 개선 연구는 1984년도부터 미국 정부 지원하에 CMU-SEI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런 노력이 기초가 돼 현재에는 SQE, IIST, QAI, ASQ 등의 세계적인 테스팅 관련 기관에서 국제 콘퍼런스, 테스팅 전문 교육 및 인증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통한 품질 정보가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SW 테스팅 산업도 미국에서는 매우 전망 있는 분야로 성장하고 있다. NTS/XXCAL, 베리테스트, 앱랩 등 미국 테스팅 기업의 매출액은 수억달러에 달한다. 2008년 기준으로 NTS는 1억2200만달러, 베리테스트는 4억6100만달러, 앱랩은 1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인도, 국가 차원에서 지원=인도 정부는 인도기업의 SW 품질에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세계 수준의 품질인증획득을 위한 보조금과 인센티브를 제공 중이다. 또 정보기술부 국가정보센터 산하의 STQC(Standardization, Testing and Quality Certification)를 통해 품질관리시스템에 대한 인증 및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1980년대 초에 전기산업 분야의 시험 서비스를 위해 설립된 STQC는 현재 급성장하는 IT 산업에 발맞춰 시험인증 서비스와 SW 전문가 교육까지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품질을 중시하는 산업구조로 전환됐으며, 그 결실은 대표적인 오프쇼어 모델 성공국가로 거뒀다. 인도의 기업들은 CMM 모델을 오프쇼어 아웃소싱 서비스 프로세스에도 적용가능하도록 커스터마이징을 진행했다.
해외에서 진행되고 있는 SW 개발 활동을 효과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통제하기 위해 SEI CMM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개발 프로세스를 표준화하고 정량화하기도 했다. 플랫폼 마이그레이션, 애플리케이션 유지보수, 버그 수정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오프쇼어 개발 센터를 구축하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품질의 신뢰성이 뒤떨어지지 않도록 CMMI, PCMM, 6시그마 인증을 획득해갔다.
◇중국, 고급 SW 인재 양성으로 개발 생산성 높인다=‘정보산업 10차 5년 계획’과 ‘SW 산업과 전회로 직접 산업 발전에 관한 정책’ 등으로 강력한 SW 육성정책을 펼치고 있는 중국 정부도 품질에는 깐깐하기 이를 데 없다. ‘SW 기업 인정표준 및 관리방법’에 따라 SW 제품의 품질 보증 능력을 구비해야만 SW 기업으로 인증하는 것이다. 이 관문을 통과하면 SW 기업은 융자와 각종 세금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2001년 ‘정보산업 10차 5년 계획’으로 SW 분야의 개발 목표를 구체적으로 수립해 SW 제품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전통적인 SW 개발방법을 탈피해 품질이 높은 제품 생산을 유도한 것도 돋보이는 부분이다.
품질향상을 위해 고급 SW 인재를 양성하고 SW 개발 생산성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은 2001년 12월부터 칭화대, 베이징대, 하얼빈공대 등 전국 35개 대학에 ‘NPSS(National Pilot Software of School)’를 설치해 SW 품질 인력을 포함한 기업형 고급 SW 인재를 양성 중이다. 또, 과거 정보산업부는 높은 품질의 제품 생산을 위해 ‘CMM을 통한 SW 개발 생산성 향상’을 중점 사업 분야로 포함하기도 했다.
아웃소싱 시장 확대를 위해서도 국제 인증(CMM·CMMI) 획득을 지원하고 있다. 2006년부터 중국상무부(MOFCOM:Ministry of Commerce)는 ‘10-100-1000’ 프로그램으로 SW 기업들이 국제인증을 획득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와 금융지원을 제공 중이다.
◇일본, SW 오류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한다=일본은 SW 오류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안전한 SW 기반의 사회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2004년 ‘산학연 SW 공학 센터’를 설립했다.
이 센터에는 약 270명의 SW 기술자와 연구자가 함께 참여해 SW 산업의 품질 경쟁력 강화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이를 통해 SW 오류로 인한 기업시스템 또는 임베디드 기술에 관련된 SW 개발 성공·실패 사례를 수집하고, 학계와 연구소에서는 이를 분석해 더 나은 SW 품질과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를 갖췄다.
또, SW 제품의 정보 보안 문제를 예방하고 문제 발생 시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공개SW의 안정성과 품질 향상을 유도하기 위해 한·중·일 오픈소스 SW 포럼 창립, 국제 전문가 교류, OSS 애플케이션을 전자정부시스템 및 교육 시스템 등에 시범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돋보인다.
◇유럽, SW 품질 향상을 위한 품질 조직 활성화=유럽은 품질 향상을 위한 조직이 잘 갖춰진 나라다. 이를 통해 체계적인 관리를 진행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1956년 설립된 유럽품질조직(EOQ:European Organization for Quality)을 중심으로, 유럽의 품질 관리 활동은 확산되고 있다. SW 부문에서도 EOQ를 중심으로, EOQ 산하에 SW그룹(SG)을 둬 SW 절차 향상 및 품질 관리 표준 개선을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SQO-OSS라는 조직은 공개SW와 관련된 품질 조직이다. 그리스, 영국, 독일 및 스웨덴의 오픈소스 프로젝트, 컨설턴트와 연구소로 구성된 컨소시엄으로, 유럽연합의 행정 부처 중 하나인 EC의 후원을 받아 유럽 오픈소스 SW의 품질 향상을 지원하고 있다.
IESE(Fraunhofer-Institute for Experimental Software Engineering)는 1996년에 설립된 SW 및 시스템 연구개발 기관이다. 실험실 및 산업계에서 수집된 사례를 바탕으로 품질 개선 방향을 연구해 SW 기업 및 시스템 공급자가 신뢰성 있는 SW 시스템을 개발하도록 지원한다.
정부 차원의 지원책도 풍부하다. 2008년 스코틀랜드 정부는 SW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탐지하고 교정하는 도구를 개발하기 위해 ITI 테크미디어에 3년간 430만유로(약 79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프랑스 정부는 1000만유로(182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통해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에 걸쳐 경제금융산업부 산하 세무 부서의 모든 SW에 테스트를 수행했다. 또한, 품질 개선을 위한 테스트, 감사, 교육 및 지식 공유 등의 활동을 조직화하고 부처 내 규칙과 절차를 개선하기도 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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