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일 서울 서초동의 한 건물 앞. 장형덕 비씨카드 사장 및 임직원을 비롯해 주요 시중은행 부행장급 임원 10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신용카드 업계 최초로 정보기술(IT)과 카드 발급 등 비즈니스 프로세싱 업무를 통합 처리하기 위해 구축된 ‘비씨 퓨처센터(BC Future Center)’ 개관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비씨 퓨처센터는 현업과 동떨어지지도, 그렇다고 종속되지도 않으면서 현업과 조화해 비즈니스 경쟁력을 높이는 금융IT의 새로운 ‘미래’를 보여주는 곳이다. 더불어 IT 설비를 모아둔 ‘전산실’이 IT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이터센터’를 넘어 또 한번의 혁신을 꿈꾸는 곳이기도 하다. 퓨처센터라는 미래를 성공적으로 현실로 옮겨놓고, 이제는 퓨처센터를 기반으로 또 다른 미래를 꿈꾸고 있는 비씨카드 CIO 이정규 이사(IT서비스본부장)를 만났다.
# 금융IT의 미래를 담은 퓨처센터
퓨처센터는 비씨카드의 새로운 ‘데이터센터’인 동시에 ‘비즈니스센터’다. 비씨카드는 퓨처센터 인근 본사에 있던 옛 데이터센터가 설비 노후화 단계에 접어들고, 공간 부족 현상도 심해지자 데이터센터 이전을 준비했다.
비씨카드는 지난 2007년 초 신규 데이터센터 수립 방안 검토에 착수했고 한국HP의 컨설팅 등을 거쳐 지금의 퓨처센터를 위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 이사는 새로운 데이터센터가 단순히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를 보관하는 ‘전산실’에 머물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는 “신용카드 비즈니스의 안정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비즈니스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비씨카드는 IT 부문은 물론이고 카드 발급·발송에서 대금 정산에 이르는 일련의 신용카드 프로세싱 업무를 통합 처리하는 ‘데이터센터+α’를 구축하게 됐다. 최근 비씨카드의 광고 표어 ‘비욘드(beyond) 카드’처럼 ‘비욘드 데이터센터’인 셈이다.
이 이사는 “IT와 비즈니스 프로세스 기능을 결합한 퓨처센터가 데이터센터의 새로운 발전 모델을 보여줄 것”이라며 “이를 통해 IT가 실질적으로 기업의 생산 및 영업활동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임직원들이 직접 참여한 사내 공모로 미래 지향적인 이름을 부여받은 퓨처센터는 지상 6층, 지하 2층에 연면적 1만2600㎡ 규모의 건물로 3월 초 공식 오픈했다. 퓨처센터는 최신 IT 장비 및 카드 발급시스템을 비롯해 전체 시스템 관리와 모니터링이 가능한 종합상황실, 종합연수실 등을 갖춘 통합 비즈니스 센터로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 이사는 “퓨처센터는 전원공급 계통을 이중화하고 재해상황에도 24시간 365일 가동이 가능한 무중단 IT 지원체계를 갖췄다”며 “연간 2500만장 이상의 신용카드 발급과 신속하고 정확한 빌링 프로세스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 발전적인 미래를 위한 밑거름
퓨처센터가 사람들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달이지만 비씨카드의 미래를 위한 이 이사의 노력은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돼왔다. 이 이사는 비씨카드의 CIO로서 IT 파트가 현업의 요구를 최대한 빨리 수용해 회사의 비즈니스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힘썼다.
시중은행을 신용카드 회원사로 두고 있는 비씨카드의 특성을 감안해 정기적으로 회원 은행을 찾아가 그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저 가만히 앉아서 고객이 불편한 점을 얘기해오기를 기다리기보다는 먼저 고객의 요구사항과 애로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나선 것이었다. 이 이사는 “현업의 요구를 얼마나 빨리 수용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에 적용하는지가 금윰 비즈니스 성공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효율적인 IT 투자를 위한 프로세스도 갖췄다. 현업 부서장들로 구성된 IT위원회와 사내 경영위원회를 거쳐 투자 당위성을 판단했다. 필요한 경우에는 이 과정에서 좀 더 나은 방법을 도출하기 위한 논의도 진행했다. 주요 이슈가 있을 때는 부사장을 위원장으로 한 전산개발협의회가 열려 투자 우선순위 등을 결정했다.
IT 부서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우는 것 또한 CIO인 이 이사의 몫이다. 그는 “IT가 단순히 뒤치다꺼리나 후선 지원 정도로만 인식돼선 곤란하다”며 “IT서비스본부 직원들이 스스로 발전적인 의견을 내놓도록 하고, 우수한 사례는 보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비씨카드는 비씨인상과 더불어 수시보상제도를 운영 중이다.
# 퓨처센터에서 시작하는 또 다른 미래
이 이사는 퓨처센터에서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차세대시스템 사업과 통합커뮤니케이션(UC) 도입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이 이사는 “최근 국내외 경제상황이 나빠졌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 차원에서 차세대시스템 사업을 진행할 방침”이라며 “연내에 사업에 착수해 오는 2011년 초께 마무리 지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차세대시스템 사업은 한순간을 보는 것이 아니라 미래 비즈니스 기반을 다지는 중요한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비씨카드는 이미 차세대시스템 사업을 위한 정보화전략계획(ISP) 수립작업을 마쳤으며, 현재 구체적인 사업 내용에 관한 의사결정 단계에 들어간 상태다. 차세대시스템 사업은 노후화된 데이터구조 혁신과 시스템 확장성 확보 등에 초점을 맞춰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UC 도입 사업도 추진 중이다. 비씨카드는 지난 2월부터 IT 부서와 현업 부서 일부에 UC 단말기를 설치하고, UC 서비스를 시범 운용하고 있다. 이 이사는 “UC를 도입한다는 방침은 이미 세워졌다”며 “이달까지 시범 운용을 실시한 후 그 결과를 토대로 UC 도입 방식과 범위 등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CIO는 기업이라는 오케스트라단의 지휘자와 같다”고 정의하고 “비씨카드의 성공적인 미래를 그려나가기 위해 지속적으로 IT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해나가겠다”며 말을 맺었다.
<프로필>
“금융은 정보기술(IT)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강조하는 이정규 이사(48)는 지난 1988년 광운대 전자계산학과를 졸업한 후 같은 해 비씨카드에 입사, 정보시스템부와 IT서비스본부 등 IT 파트에서 20년 넘게 근무했다.
이 같은 경력에다가 작은 것 하나라도 대충대충 하지 않고 세세하게 알려고 하는 개인적인 성향까지 더해져 비씨카드 IT 파트를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전문가’다. 지난 20년간 비씨카드에 근무하며 동고동락한 덕에 직원들 특성도 대부분 꿰차고 있다. 본인 스스로 “너무 많이 아는 것이 때론 간섭처럼 비칠 수 있어 단점”이라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비씨카드 IT 토박이인 이 이사도 한때 IT 업무가 싫어서 잠시 탈출(?)을 시도한 적이 있다. 그는 대리 말년 시절 6개월간 IT 부서를 벗어나 현업 지점에서 근무했다. 당시 IT에 관한 그의 역량을 눈여겨본 상사가 다시 데려온 통에 바로 IT 부서로 복귀했지만 고객을 직접 응대하면서 쌓은 짧지만 소중한 경험은 이후 비씨카드의 IT 부문을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한시도 긴장을 풀 수 없는 금융권 CIO기에 건강 관리에 관심이 많다. 지난 2004년 사내 체육대회에서 다리를 다친 후 건강을 위해 시작한 마라톤은 벌써 풀코스 완주 15회째로 접어들었다. 풀코스 기록이 3시간 20분대로 선수급이다. 지금은 자주 즐기지 못하지만 당구도 400을 놓고 칠 만큼 수준급 실력을 자랑한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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