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2009 서울모터쇼’가 시작된 일산 킨텍스 전시장.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 35분까지 16개 업체가 20분씩 프레스 브리핑을 숨가쁘게 진행했다.
국내 대표 수입차 브랜드인 폴크스바겐의 차례. 그런데 인사말에 나선 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의 표정이 어둡다. 급기야 그는 “침통한 심정으로 여기에 섰다”고 말문을 열었다. 짧은 20분간 주력 차량을 바쁘게 소개해도 모자랄 황금 같은 시간에 인사말 치고는 느닷없다. 그는 “서울모터쇼가 국제적 행사로 발전하길 바랐는데 약속 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것을 보고 실망을 금치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유는 앞서 행사를 진행한 기아차 때문이었다. 그가 이 말을 하는 와중에도 기아차의 부스에서는 여전히 요란한 음악소리가 흘러나왔다.
모터쇼에서 참가업체들은 차례대로 주어진 20분 동안만 취재진에 대해 행사를 진행한다. 이 동안에 다른 업체는 일체의 음악이나 전시물을 소개하지 않는다. 원활한 모터쇼 진행을 위한 약속이고 예의다. 기아차에 주어진 시간은 10시 55분에서 11시 15분까지다. 기아차의 쇼는 무려 11시 40분 가까이까지 길어졌다. 조직위 측에서도 당황했음은 물론이다. 기아차 때문에 수입차 브랜드의 홍보시간은 10분씩 늦춰지는 등 어수선해져 버렸다. 여기에 GM대우는 수입차 홍보시간에 1시간가량 별도의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GM 사태라는 중요한 이슈가 있기는 했지만 이로 인해 취재진이 분산될 수밖에 없었다.
이번 모터쇼는 어려운 상황에서 치러지는 행사다. 그만큼 참여업체의 협조와 의지가 필요했다. 더욱이 국제적 모터쇼라고 불리려면 그에 걸맞은 매끄러운 진행은 기본이다. 기아차는 이날 ‘쏘렌토R’를 출시하며 모든 면에서 최고를 자랑하는 명품 SUV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모터쇼의 그 짧은 시간 약속 하나 못 지키는 기아차가 과연 큰 약속은 지킬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윤대원 생활산업부기자 yun197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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