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도피처 찾는 세계경제와 기술사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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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 후 세계질서의 개편(shaping the post-crisis world).’

 최근 스위스에서 열렸던 다보스포럼 주제다. 역대 가장 우울한 포럼을 맞이한 다보스는 세계경제 위기탈출 해법을 찾기 위해 전전긍긍했다.

 과연 위기 탈출 후의 세계경제는 어떻게 재편될까. 실마리는 찾을 수 있는 것일까. 쉽지 않다. 오히려 세계경제는 한숨 돌리려는 생각으로 숨을 곳을 찾아 헤매는 형국이었다.

 스위스 다보스포럼 여섯 가지 핵심 주제 중 하나는 ‘과학기술 혁신을 통한 차세대 성장 촉진’이었다. 과학기술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낯익은 주제다. 특히 출연연구기관 종사자들에게 과학기술 혁신은 자신 있는 주제기도 하다. 왜냐하면 출연연의 기본 기능과 임무가 과학기술개발 활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를 통한 차세대 성장 촉진에는 별로 자신이 없는 듯하다.

 사실 세계경제 위기나 다보스포럼과는 무관하게 최근 수년간 정부에서는 과학기술개발 활동의 결과를 산업과 연결시키기 위해 무던히 애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사업화를 비롯한 기술개발 결과 활용에 대한 가시적 성과는 미미하다. 그 원인은 무엇인가.

 이는 연구개발과정에서부터 기술사업화에 성공하기까지의 단계를 짚어보면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우선은 기술개발 활동과 성과의 도출이 첫 번째 단계다. 두 번째는 기술평가다. 어떤 기술이 우수한지 또 산업과 어떻게 연결지어야 할지, 즉 시장 수요와 가치를 전제로 한 기술 선별작업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사업화를 위해 기술의 상품성(완성도)을 높이려는 별도 노력이 필요하다. 이 부분은 첫 번째 단계인 기술개발 활동에 들어간 비용보다 더 많은 비용이 수반될 수도 있다. 네 번째는 완성된 기술을 바탕으로 한 마케팅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특별히 강조돼야 할 부분은 활발한 기술거래를 가능케 할 정부 차원의 기술금융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출연(연) 기술개발 성과들은 대부분 얼리 스테이지에 있는 기술로서 초기단계에 모험자본 지원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위에서 말한 기술사업화 성공을 위한 4단계 작업은 각각의 기능과 역할이 있으며 비용 또한 각각 지급돼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현실은 기술사업화를 성공시킬 수 있는 핵심요소인 기술개발인력의 유연성, 기술금융, 기술사업화 성공시스템, 기술거래 전문가 등 어느 것 하나도 변변한 게 없는 실정이다. 특히 기술개발 활동에 종사하는 인력의 전문성 이상으로 기술 거래 전문가 혹은 전문기업 전문성 확보와 육성이 중요하다.

 사실상 우리는 지금 첫 번째 단계만을 겨우 마쳐 놓고 왜 기술사업화가 이루어지지 않느냐고 말하고 있다. 어처구니가 없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에 거세게 일고 있는 기술사업화 논의는 우리에게 무엇을 보완해야 할 것인지 좌표를 제시해주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정부에서 기술사업화와 관련된 정책의지를 보여줄 절호의 기회라고 보여진다. 특히 기술거래 전문가 혹은 전문기업의 육성과 기술금융의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의지는 ‘과학기술 혁신을 통한 차세대 성장 촉진’뿐만 아니라 세계경제 위기 탈출의 실마리를 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종우 한국기계연구원 기술사업실장 ljw574@kim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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