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하반기 금융위기로 촉발된 글로벌 신용경색이 실물경제로 급속히 전이되면서 경기침체의 한파를 우리나라도 피해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우리 중소기업은 구조상 독자브랜드를 구축한 기업보다 대기업 협력기업이 많아 경기침체에 따른 대기업의 생산량 감축 등에 더욱 민감해 근래 평균 가동률이 60%까지 급락하고 재고부담이 증가하는 등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어 줄도산의 공포까지 느끼고 있다. 위기상황에서 중소기업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원활한 자금수급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도 위기상황에 따른 시중유동성 공급과 중소기업 자금난 완화를 위해 작년 10월부터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6개월 동안 3.25%p인하하고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을 독려하고 있으나, 여전히 중소기업은 자금난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나는 작년 6월 중소기업진흥공단이사장으로 취임한 이래 거의 매주 중소기업 간담회 및 현장 방문을 통해 중소기업의 애로를 청취해 각종 지원제도의 개선에 반영하고 있다. 얼마 전 울산지역 중소기업 간담회에 참석한 중소기업 대표는 “올해 중소기업의 화두는 생존”이라는 한마디로 현재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정책자금의 대폭 확대를 요청했다. 그동안 정책자금은 경제위기 시마다 중소기업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IMF 당시 시중은행이 정책자금마저 취급을 꺼릴 때 사업성 및 기술성 위주의 과감한 직접지원으로 중소기업의 연쇄도산을 방지했고 2004년 원자재 대란 시에는 긴급자금으로 중소기업의 원부자재구입자금을 편성해 수급애로 해소에 기여한 바 있다. 또 중소기업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정책자금 지원업체의 고용창출 효과는 중소기업 평균 1.7명을 상회하는 업체당 평균 2.2명으로 정책자금이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년도에는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라 정책자금 규모를 2008년 대비 35% 증액한 4조2600억원으로 확대하고, 적기공급을 위해 2008년 11월부터 정책자금 조기접수를 시행했으며, 중소기업 수요에 맞춰 운전자금 비중을 60% 이상까지 확대해 지원하고 있다. 더불어 중소기업의 악화된 재무상태를 감안해 융자제한부채비율을 최대 500%에서 600%로 완화하고, 회수가능성 여부에 따라 융자제한부채비율을 초과하더라도 지원할 수 있도록 했으며, 지원대상 선정 시 기술성·사업성 평가 비중을 확대하는 등 제도개선을 통해 중소기업의 실정에 맞는 정책자금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중소기업이 손쉽게 정책자금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정책자금을 포함해 R&D자금 보조, 신용보증 등 다양한 정책금융에 대한 사업소개, 신청방법, 신청서 작성 등 실무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중소기업 정책자금 100% 활용하기’ 연수과정을 중소기업 연수원에 신규로 개설해 성황리에 운영 중이다. 금년도 중소기업 정책자금은 3월 현재 연예산 4조2600억원을 초과한 6조원 이상 신청이 몰리면서 대부분의 사업이 마감돼 현재 추경예산을 통한 정책자금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정부의 정책자금 지원이 좀비기업을 연명시키고, 구조조정을 지연시킨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금융위기에서는 대부분 중소기업이 유동성 압박을 받고 있으므로 정책자금으로 자금난을 해소하고 컨설팅·연수·마케팅 등 각종 지원시책을 연계한 맞춤형 지원을 통해 유망한 중소기업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중소기업은 기업체 수의 99%, 전체 일자리의 88%를 차지하는 명실상부한 우리 경제의 근간이다. 따라서 중소기업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불황 탈출도 장담할 수 없으며, 양질의 일자리도 기대하기 어렵다.
금번 경제위기는 IMF 외환위기와는 달리 세계적인 위기인만큼 장기화의 가능성이 조심스레 예측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를 비롯한 전 국민이 우선 중소기업 살리기에 나설 때 현재의 경제위기 조기탈출과 우리 경제의 비상이 가능할 것이다.
이기우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lkw@sbc.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