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T 업계 해외아웃소싱 둘러싼 논란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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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과 IT 기업들은 해외 인력 수급을 묵인하고 있습니다. 이는 IT 업체 종사자들에게는 여전히 큰 위협입니다.”

미국 정보기술(IT) 업계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량 해고 사태 속에서 해외에서 서비스 인력을 아웃소싱하는 일명 ‘오프쇼어링’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오프쇼어링을 반대해온 전문가들은 오바마 행정부의 IT 분야 활성화 정책이 요란한 구호에 그치고 있어 IT 분야 실직자들의 짐을 덜어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IT실업자 30만 시대=미국 주요 IT 기업들은 값싼 임금을 이유로 적지않은 인력을 인도·중국 등의 현지인으로 채용해왔다. 특히 IT 기업들은 과거에 비해 아시아 지역 통신 인프라가 향상되면서 전화 및 통신 관련 서비스 업무를 이 지역에서 해결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하지만 최근 미국 IT 업계의 해고자가 대량 양산되면서 이같은 오프쇼어링이 IT 종사자의 ‘밥줄’을 위협하는 적으로 부상했다. IT 전문 웹사이트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 중순까지 해고당한 미 IT 분야 종사자는 30만명을 넘어섰다.

◇빛좋은 개살구=EE타임스는 이같은 상황에서 IT 업계는 나름대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오히려 오프쇼어링 반대론자들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IBM은 해고 직원들을 해외 일자리로 연계해주는 프로그램인 ‘프로젝트 매치’를 내놨다가 직원들로부터 원성을 샀다.

IBM측은 인력 ‘재배치(relocate)’라는 표현을 사용했으나 직원들은 해외 현지 수준의 임금을 받아야 하는 이 조치가 싼 값에 해외 인력을 채용하려는 오프쇼어링과 다를 바 없다고 비난했다.

해외 아웃소싱 반대론자들은 또 IT 업계가 ‘불균형 조정(rebalancing)’이라는 완곡한 표현 아래 해외 인력 수급을 정당화하려 든다며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암묵적 공모자’ 백악관=취임 초기부터 IT 친화적 정책을 펴온 오바마 대통령도 이러한 비난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외신은 오바마 행정부가 오프쇼어링을 활성화하고 있는 주요 IT 기업 임원들과 자주 만남으로써 오프쇼어링에 대한 ‘암묵적 공모자(tacit complicity)’가 됐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해외 아웃소싱 반대자들은 오바마 정부가 초기 상무부 장관으로 H-1B 기술 비자 프로그램의 지지자인 주드 그레그 상원의원을 선정했던 것도 거슬리는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IT 기업은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오프쇼어링을 실시하는 기업들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중단한다고 선언한 것에 대해 기대를 걸고 있다.

◇IT 일자리, 희망은 있다=기술 관련 단체들은 친환경·신재생 관련 ‘그린(green)’ 일자리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이 IT 인력 해고에 대응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또 농촌 지역 광대역 네트워크 확충과 낙후된 전력시설 교체를 위한 ‘스마트 그리드’ 계획도 미국 내에서 신규 인력을 대량 창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최근 프린트 회로 보드 및 전화상호접속 업체들의 단체인 IPC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50개 회원사 중 42%가 아시아 지역 제조 거점을 철수한다고 답했다.

샤론 스타 IPC 시장조사국장은 “서비스 품질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큰 이유였다”며 “저임금이나 느슨한 정부 규제 등 저개발국 아웃소싱의 장점이 점점 사라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