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현실로] 감수성과 창의성 (2) 안아줘 베개

Photo Image

 세상의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감수성은 창의적 아이디어를 탄생시키는 모태와 같다. 복잡한 사고기법을 생각하기 전에, 창의적인 사람들의 상상을 살펴봄으로써 익숙함의 무의식 속에서 감수성을 깨워보자.

 ‘내 머리 속의 지우개’라는 영화에서 손예진은 정우성의 팔을 베개 삼아 누운 채 애틋한 연기를 보여준다.

. 여러분이라면 이런 장면에서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를까, 아이디어보다는 극중 손예진처럼 사랑스러운 누군가에게 팔을 내주고 싶겠다.

 감수성의 레이더를 작동시켜 다시 한번 살펴보자. 영화 속 장면, 혹은 여러분의 기억을 떠올려 보라. 어떠한 요구가 숨어 있고, 어떠한 아이디어가 만들어질 수 있는가.

 가케하시 도모키 가메오 사장은 팔베개의 포근함과 편안한 잠이라는 생각에 착안해 ‘Hug Me Pillow’라는 베개를 만들었다. 폴리에스테르 소재로 남자 친구의 팔베개처럼 포근한 느낌을 주는 이 제품은 일본 여성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세계적으로도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일단 감수성의 레이더로 수요를 찾아내고 창의적 아이디어로 연결하게 되면, 이것이 기폭제가 돼 또 다른 아이디어들이 밀려온다. 영화를 보면서 아이디어를 찾기는 어렵지만, 아이디어가 구체화된 제품을 보면 여러 가지 파생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멋진 색깔을 입힐 수도 있고, 옷 스타일을 다양화할 수도 있으며, 죽부인처럼 여름에 시원하게 만들 수도 있다. ‘남자들을 위한 것은 없을까’라는 생각도 가능하다.

 Trane KK사의 다카하시 미쓰오는 히자마쿠라(무릎배게)라는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의 다리 모양을 한 베개를 만들었다. 실제와 같은 느낌을 제공하기 위해 우레탄 재질을 사용했다. 10대 후반∼20대 초반 남성을 타깃으로 아이디어를 생각해냈지만, 실제로는 20∼60대 남성에게 폭넓은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이 제품들은 초콜릿, 사탕을 주고받지 못한 남녀들이 자장면을 먹으며 서로를 위로한다는 블랙데이에 특히 잘 팔릴 것 같다. 누군가가 그립거나, 편안한 잠이 필요할 때 사용할 수도 있겠다. 이 제품에서도 여러 가지 파생 아이디어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부드러운 손길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기능을 추가하는 것은 어떨까.

 상상의 세계에서는 ‘최초’가 중요하다. 숨어 있는 고객의 요구를 발견하는 것은 감수성을 최대한으로 발휘하더라도 쉽지가 않다. 그렇지만, 일단 아이디어를 끌어낼 수 있다면 두 번째, 세 번째 아이디어는 쉽게 떠올릴 수 있다.

 김원우 KT 중앙연구소 수석연구원, 디지에코 퓨처UI 연구포럼 시삽 wwkim@kt.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