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만나는 사람마다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얼마 전 정부 발표에 따르면 작년에 한국에서 출생한 신생아가 약 46만8000명이라고 합니다. 혹시 중국에서 몇 명이 태어난 줄 아십니까?”
내가 이 엉뚱한 질문을 하는 이유는 그 속에 몇 가지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이 숨겨져 있어서다.
첫째, 정부의 모든 정책 수립 시 가장 기초적인 자료로 활용되는 인구통계 자료가 한국은 전년도 종료 2개월여 만에 취합·정리·작성되는 것처럼 중국 등 외국에 비해 빠를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혹자는 중국의 인구가 많아서 늦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것보다는 한국은 주민등록업무가 정보화돼 통계처리 업무가 신속히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하는 것이 올바른 설명이다.
이렇듯 외국에 나가본 사람들은 대체로 공감하겠지만, 우리가 스스로를 판단하는 것보다는 남들이 우리를 더 높이 판단하고 있다. 특히 정보화는 더욱더 그러하다고 할 수 있다. 사무자동화나 단순 수작업 업무의 전산화 수준을 뛰어넘어 주민등록업무를 비롯한 국가 주요 업무가 초고속 인터넷망을 통해 서비스되는 수준에 도달한 나라가 과연 세계에서 몇 개나 되겠는가.
우리나라와 우리 기업이 최근의 세계적인 경제위기에서도 나름대로 선방할 수 있는 배경에는 그동안 우리나라가 노력해온 정보화의 효과가 크다고 확신한다. 정보화로 업무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제고해온 결과, 우리 기업들은 경쟁력을 갖추게 됐고 위기에 대한 면역력을 갖추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아무리 지금의 경제위기가 심각하고 어렵다고 하더라도 미래를 준비하는 것, 특히 이공계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강조하고자 한다. 예를 들면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소니, 캐논, 모토로라 등을 제치고 삼성전자, LG전자가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된 이유에 여러 이론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들 기업이 속한 미국과 일본은 우수인재들이 법학과 의학에 몰리고 이공계를 기피하는 선진국병에 우리보다 먼저 걸린 탓이라는 게 나의 판단이다. 다시 말하면 이미 20여년 전에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의 우수인재가 법학과 의학에 몰리고 이공계를 기피하는 사이 소니, 캐논, 모토로라의 기술력은 상대적으로 저하된 반면에 진대제, 황창규, 안승문 박사와 같은 당대 한국 최고의 이공계 인재들이 삼성과 LG에 입사했고 지난 20여년 만에 자신들이 속한 기업들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켰다고 보는 것이 올바른 판단일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도 IMF를 겪으면서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이 강화됐지만, 기술인력이 먼저 퇴출되면서 젊은 인재들이 어려운 이공계를 기피하는 선진국병에 전염됐다는 것이다.
내가 앞에서 엉뚱한 질문을 한 이유는 우리의 삼성과 LG가 소니, 캐논, 모토로라 등에 도전해 승리했던 것처럼 이제 중국, 인도 등 후발국가 기업의 도전을 받을 수밖에 없고 또 그 도전이 얼마나 치열할 것인지를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이제 그 답을 찾아보자.
중국의 인구가 정확히 얼마인지는 알 수 없지만 15억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작년도 중국의 출생률 역시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예년의 평균 출생률이 1.5% 정도고 작년에는 신생아를 낳으면 좋다는 쌍춘절이 있어서 출생률이 조금 높아졌을 것(최대 2%)으로 추정할 수 있다. 따라서 작년도 중국에서는 15억명×(최소 0.015∼최대 0.02)=최소 2250만∼최다 3000만명의 신생아가 태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의 계산을 정리하면, 작년도 한국에서 46만8000명이 새로 태어난 반면에 중국에서는 최소 2250만명(최다 3000만명)이 태어났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구통계자료를 접하고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김준형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장 jhkim@kh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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