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눈여겨볼 이슈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전 세계 패널 제조사의 합종연횡 구도와 양산 설비 투자 행보다. 전자는 반도체와 함께 이른바 ‘치킨 게임’ 전장으로 떠오른 LCD 패널 시장 재편을 알리는 신호탄이고, 후자는 향후 양산 경쟁의 주도권 향배를 점칠 수 있는 변수다.
일단 LCD 패널 시장 구조조정의 진원지는 나락으로 떨어진 대만이다. 지금까지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 우선 대만 패널 업체 간 인수합병(M&A)을 점칠 경우 현재 대규모 양산 능력을 갖춘 AUO·CMO·CPT 등은 몸집 불리기를 통해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에 대적할 만한 거대 업체로 탄생하게 된다. 이 같은 구도가 현실화하면 한국·대만의 대형 패널 업체와 나머지 일본·중국의 군소 패널 업체로 뚜렷하게 양분될 전망이다. 우리에게 더 위협적인 구도는 중국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을 단행하는 가운데 중국의 패널·TV 제조사와 대만 패널 업체가 결합하는 경우다. 중국 정부의 정책적·경제적 지원에 대만 패널 업체들이 손을 내밀면 중국 내 거대 수요 기반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반도체 시장의 사례처럼 모두가 치킨 게임으로 달려가고 있는 와중에도 결국 간신히 연명하며 독자 생존의 길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같은 시장 재편의 시나리오는 결국 얼마나 불황이 오래갈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전 세계 패널 업계 전반적으로 설비 투자 침체는 불가피해 보인다.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올해 LCD 패널 설비 투자 규모는 지난해 148억달러보다 무려 35%나 급감한 96억달러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내년에는 121억달러 규모로 다소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 등 선두 주자를 비롯, 대만 패널 업체인 AUO·CMO도 8세대 이상 신증설 투자를 대부분 내년 이후로 미뤘기 때문이다. 한때 공격적인 양산 경쟁을 선언했던 일본 샤프와 ‘IPS알파’도 각각 올해 설비 투자를 당초 계획보다 각각 47%, 22%나 대폭 삭감했다.
그나마 전 세계 양산경쟁을 주도하는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는 올해 각각 2조원과 2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설비 투자는 저온폴리실리콘(LTPS) 등 일부 프리미엄 패널 라인을 제외하면 기존 설비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보완’ 투자에 집중될 예정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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