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방송통신시장의 화두는 단연 ‘융합형 콘텐츠’다. 사실 통신과 방송의 융합은 갑자기 등장한 개념은 아니며 이미 초고속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VoD서비스, 케이블TV사업자에 의한 인터넷 접속서비스, DMB와 와이브로 서비스 등으로 방통융합은 점차적으로 진전돼 왔다. 다만 최근 융합형 콘텐츠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지난해 12월부터 방송통신 융합서비스의 주력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IPTV서비스가 상용화됐기 때문이다.
IPTV는 T러닝, T북, 대화형 드라마, 개인화된 광고 등 양방향 콘텐츠를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아직 양방향성을 적극 활용한 프로그램의 개발이나 제공은 미흡하다. 융합형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한 기술은 이미 상당부분 발전을 이뤘고, 관련법 또한 제정됐다. 이제는 IPTV 사업자와 콘텐츠 제작업체가 서로 협력해 양질의 양방향성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현재 관련 부처의 콘텐츠 지원정책도 양방향 콘텐츠 활성화에 그 목표를 두고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정책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우수한 콘텐츠 제작자가 시장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러기 위해 법·제도적 장치도 보다 세련되게 정비돼야 한다. 우선 융합형 콘텐츠는 그 속성상 디지털형태로 제공돼 불법복제위험이 매우 크다. 따라서 불법콘텐츠의 유통을 근절하기 위한 저작권법 기타 관련 법규를 세심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다행히 2006년 저작권법 개정으로 P2P서비스업체에 저작권보호의무를 부과했고 올해에는 온라인 불법복제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이른바 ‘삼진 아웃제’를 도입할 예정이어서 불법콘텐츠의 근절을 위한 제도는 대체로 잘 정비돼 있다고 판단된다. 문제는 아직 개선해야 할 일부 소비자의 법의식이다.
또 IPTV사업자와 콘테츠제작자 간에 행여 불공정거래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규정의 정비와 관련 당국의 감독이 필요하다. 이미 기존의 SO와 PP, 지상파방송사와 독립제작사 간에는 수익분배의 불균형 기타 불공정거래관행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이는 영세한 국내 콘텐츠제작업체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다수의 콘텐츠제작자가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의 조성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과거 미국에서 지상파 네트워크들이 독립제작사가 제작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판권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한 ‘Fin-Syn Rule’의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IPTV사업자의 영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수많은 콘텐츠에 관련된 저작권 기타 권리의 처리절차를 간소하게 할 필요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콘텐츠사업자가 해당 분야의 저작권집중관리단체와 계약을 체결하면 그 집중관리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권리자의 허락을 일일이 받지 않아도 그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ECL’ 제도의 도입이 필요할 것이다. 융합형 콘텐츠 산업을 육성한다고 해서 단지 디지털 콘텐츠의 제작이나 그 기술개발만을 지원하는 근시안적인 정책을 펴서는 안 된다. 영화나 드라마 등이 국내외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설이나 만화 등 전통적 개념의 우수한 원천콘텐츠가 다수 제작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날로그 형태의 창작활동도 장려하고 그 시장화를 돕기 위한 출판시장도 활성화시켜야 한다. 끝으로 현재 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융합형 콘텐츠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각종 정책을 앞다투어 준비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양 부처의 정책이 중복되거나 충돌을 일으킬 여지도 있을 것이다. 융합형 콘텐츠산업의 육성도 궁극적으로는 국가경제의 발전과 국민의 문화이익 향상을 위한 것이다.
따라서 관련 부처가 융합형 콘텐츠 육성에서 서로 주도권 다툼을 하기보다는 콘텐츠 관련 여러 정책 중에서 각 부처에서 잘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먼저 조사·분석하고, 이에 대한 관련 부처의 협조를 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안효질 고려대학교 법학과 부교수·법학박사/iplaw@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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