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국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조기유학 과정을 거쳐 중국대학에 진학한 학생을 많이 보아왔다. 이들은 발음, 표현력 등에서 아무 어려움이 없을 정도의 중국어 실력을 자랑한다. 그러나 이런 유창한 중국어 실력을 갖췄음에도 수업을 따라가는 것조차 버거워하는 학생이 많다. 이들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많은 부모가 아이의 중국유학을 결정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세계적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서다.
2007년 5월 통계에 따르면 재중 한국 유학생 수는 5만7000명으로 2005년에 비해 15.3% 증가했다. 중국에 유학온 학생 3명 중 1명이 한국 유학생이다.
통계에 포함돼 있지 않은 초·중·고 중국 조기 유학생 수는 2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 수를 합하면 8만명에 가까운 학생이 중국에 유학 중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중국은 급변하고 있지만 교육의 본질은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한국과 중국은 국가체제가 전혀 다르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사상교육에 매우 심혈을 기울인다. 마르크스 사상,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 등 내용을 사상정치 과목뿐 아니라 역사과목에도 접목해 아이들에게 강하게 주입한다.
또 현재 우리나라에는 복귀학생에 대한 프로그램이 거의 없다. 부모동반 유학을 제외하고는 초·중등 학생의 해외유학이 모두 불법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외국과 한국의 커리큘럼이 달라서 학생들은 복귀 후에도 학습장애에 시달린다.
둘째, 부모는 자녀가 중국에서 중국 친구들을 사귀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중국어를 배우게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사실상 현지 학생과의 교류에서 문화체험을 하는 유학생은 매우 적다.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 반까지 이어지는 8시간 이상의 주입식 교육을 한국학생이 소화하기에는 무리다. 언어의 장벽을 넘지 못한 유학생은 수업이 부담스럽고, 결국 공부에 흥미를 잃게 된다.
중국은 중학교까지만 의무교육이어서 고등학교는 진학시험을 치르고 커트라인에 따라 좋은 고등학교부터 일반 고등학교까지 배정된다. 아슬아슬하게 떨어진 학생은 그에 따른 금액을 내고 입학하기도 한다. 따라서 중학교 공부는 수능시험 못지않게 학생들에게 부담을 준다.
더욱이 물가 차이만 보고 대부분 ‘중국유학이 그래도 미국유학보다는 싸다’고 하지만 사실상 중국의 한국 유학생 유치 목적은 경제적 수입이어서 돈을 요구하는 때가 종종 있다. 초등학교부터 중국에서 유학한 한 학생은 고등학교 때까지 매년 100만원에서 300만원 정도의 추가수업료를 냈다고 한다.
조기유학을 거쳐 대학을 졸업한 학생과 대학부터 중국에서 유학하기 시작한 학생을 비교해 봤을 때 발음이나 언어구사력에서 조기유학생이 월등하다. 그러나 취업의 문을 두드리는 과정에서는 똑같은 경쟁을 하게 된다.
글로벌 시대에 경쟁력 있는 인재는 단순히 중국어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전문 분야에 대한 탁월한 지식과 창조적인 사고력을 갖춘 인재다.
좁은 취업의 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언어만이라도’식의 무조건 보내기 유학보다 조기유학에서 얻을 것과 잃을 것을 미리 예상하고 아이의 적성에 맞는지를 아이와 함께 신중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베이징(중국)=김바로(베이징대학 역사학과) ddokbar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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