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PC시장 `빅3’ 진입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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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C시장 불황에도 ‘HP’가 국내 시장에서 ‘고공비행’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이후 시장 점유율을 쑥쑥 올리면서 외산 브랜드로는 드물게 ‘PC 3강’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분기 성장 추세라면 오는 3월 마감하는 올 1분기에 삼보컴퓨터를 제치고 ‘빅3’에 진입할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HP는 토종을 제외한 외산 브랜드PC 시장을 사실상 평정했다.

 용산에서 PC를 유통하는 한 총판업체 사장은 “HP를 제외하고는 팔리는 제품이 없을 정도로 판매량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는 후지쯔·레노버 등 다른 브랜드 제품이 최근 본사 구조조정 여파로 제품 공급에서 채널 관리까지 어려움을 겪으면서 상대적으로 HP 입지가 넓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후지쯔는 본사 조직 정비와 맞물려 제품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시바도 오프라인 채널보다는 홈쇼핑과 같은 온라인 쪽으로 유통 비중이 쏠리면서 용산 등에서 입지가 크게 약화된 상황이다. 레노버는 중국 제품이라는 ‘차이나 디스카운트’에 소비자(B2C) 시장보다는 기업(B2B) 시장에 집중하면서 이전에 비해 일반 유통에 힘을 쏟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HP는 즉답을 피하고 있지만 본사 차원에서 불황기에 시장 점유율을 높이라는 방침과 함께 상당한 마케팅 자금을 지원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HP는 외산 PC업체로는 이례적으로 TV광고를 집행하는 상황이다.

 이는 IDC 등 시장조사업체 데이터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HP는 지난해 3분기를 기점으로 판매 대수가 치솟고 있다. HP는 지난해 3분기 11만9000대에 이어 4분기 12만대를 기록했다.

 반면 HP를 제외한 모든 업체는 판매량이 떨어졌다. 삼성은 3분기 36만2000대에서 33만4000대로, LG는 16만4000대에서 15만2000대로, 삼보도 12만7000대에서 12만5000대에 그쳤다.

 최근 가장 성장세가 높았던 넷북 시장에서 HP는 이미 LG전자를 따돌리며 지난 분기에 2위를 기록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이에 따라 노트북과 데스크톱PC를 모두 합친 전체 순위에서 3위인 삼보컴퓨터와 격차를 지난해 3분기 8000대에서 다시 4분기 5000대로 줄이면서 3위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HP도 이를 부인하지 않고 있다. HP 국내 PC사업을 총괄하는 이홍구 부사장은 “안팎의 여건이 좋아 HP PC가 잘 팔리는 게 사실”이라며 “올 1분기에는 깜짝 놀랄만한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