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세계적 커뮤니케이션 학자 마셜 맥루한이 ‘지구촌’이란 말을 처음 사용한 이래, 세계는 더욱 가까워지고 네트워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다섯 단계만 건너면 어느 누구와도 안면을 틀 수 있다는 서양속담도 있듯이, 공간적 제한을 뛰어넘는 사람 간의 유기적 연결은 개인뿐 아니라 집단이 생존하는 데 꼭 필요하다.
세계 각국은 여러 분야에서 글로벌화를 가속화하고 있으며, 이는 연구개발 혁신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연구개발의 글로벌화는 어느 정도 수준에 와 있는 것일까.
교육과학기술부는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연구개발능력을 선진화시키고 연구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세계적 해외연구기관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으며, 대학연구의 질적 향상을 위한 글로벌 연구네트워크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 해외석학에게도 출연연구소 기관장 자리를 개방하고 해외공동연구를 대폭 강화하는 등 출연연구소의 글로벌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나는 아시아 지역에서의 공동연구협력기구 설립 및 고급 과학기술인재의 공동 양성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교과부와 서울시 후원 아래 노벨상 수상자를 5명이나 배출한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를 한양대에 유치했다. 또 일본·중국·인도·싱가포르·베트남 등 아시아 유수 연구·교육기관과 함께 아시아 연구네트워크(asian research network) 체계를 구축했으며, 이를 미국과 유럽도 참여하는 글로벌 연구네트워크 체제로 점진적 전환을 도모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과 일본이 중심이 돼 태동한 아시아연구네트워크는 과연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는가. 이와 관련해 지난 1월 아소다로 일본 총리가 RIKEN-한양대 협력센터와 아시아연구네트워크사업단을 방문한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는 한일 간의 부정적인 역사적 시각에 의해 오랫동안 협력이 가능한 분야들까지 정체돼온 상황에서 벗어나, 동반자적 위치에서 양국 및 아시아 국가의 실질적인 과학기술발전을 위한 새로운 협력모델을 이루어내려는 공동의지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시아연구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된 참여기관과 긴밀히 협력함으로써 과학기술과 글로벌 마인드를 갖는 인재양성 측면에서 새로운 상승효과를 낼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네트워크 협력을 통해 추구할 수 있는 목표는 단지 특정한 분야의 연구협력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연구를 통해 얻어지는 창의적 인재 양성과 연구의 역동성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참여기관들과 연구자들의 열린 사고와 연구역량이 서로 잘 결합하면 과학기술과 타 분야의 자발적인 융합이 가능하게 된다. 다자 간 연구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초기의 새로운 변화는 몇 마리의 반딧불이 불빛을 깜박이는 것에 비유될 수도 있지만, 향후 아시아 중심의 연구네트워크가 글로벌 네트워크로 발전되면 수만마리의 반딧불이 동시에 불빛을 깜박이는 모습이 될 것이다.
세계적 경영사상가 말콤 글래드웰은 그의 저서 ‘아웃라이너’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특정 분야에 최소한 1만시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글로벌연구네트워크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아시아와 함께 열정을 갖고서 주도적으로 연구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추진하는 데 최소 1만시간 이상의 공을 들인다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글로벌 연구협력 체계를 우리가 중심적으로 이끌 날도 머지않을 것이다. 모든 일은 저절로 돼가는 것은 없으므로, 깨어 있는 상태에서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해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그리고 그 기회를 우리 몫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해원 한양대 자연과학대학장 haiwon@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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