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업계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요청해온 전기·정보통신공사 분리 발주 제도의 폐지 건의를 국토해양부가 또다시 수용,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번에는 경기침체로 위기를 맞고 있는 건설산업을 구제하기 위한 대책의 일환이라고 한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이 제도를 ‘향후 5년간 존속키로 결정(재검토형 일몰제 도입)’한지 채 두 달도 안된 상황에서, 이번에는 ‘건설산업선진화계획(안)’의 일환이라는 명목으로 같은 사안을 또 다시 수면위로 올려 놓은 것이다.
일단락된 것으로 판명난 분리 발주제도 폐지 논의에 다시 불이 붙은 셈이다. 당연히 전기·정보통신공사업계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그나마 분리발주제도라도 있어 분야에 따라서는 대형 건설업체와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었으나 이마저 폐지되면 하청업자로 전락할 것이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특히 이들 중소전문업체들은 ‘분리발주가 대형 건설업계에는 이슈 중 하나일 뿐이지만 자신들에게는 생존 이슈’라고 강조한다. 지난 71년 도입돼 지금까지 지켜져온 것도 바로 중소기업을 위한 최소한의 보루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MB정부는 많은 산업분야에서 분리발주제도의 필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중소전문업계의 10년 숙원이던 ‘소프트웨어 분리발주제도’의 도입을 결정한 것도, 신·재생에너지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선제적으로 ‘신·재생에너지산업 분리발주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 등도 모두 그렇다.
하지만 유독 건설분야에서만, 이미 있는 분리발주제도마저 없애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중소기업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대기업에 비해 경기침체의 여파를 더 받고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중소기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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