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세계 경기 침체로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격랑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극심한 시장 침체로 세계 5위 독일 키몬다가 파산 신청에 들어가고 대만 반도체 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 앞다퉈 미국과 일본 반도체 기업과의 합종연횡을 모색하는 등 D램 업계가 2001년 이래 가장 크게 술렁이고 있다.
특히 D램 가격이 공급 과잉과 경기 침체 탓에 제조원가 이하로 1년 이상 거래되면서 대다수 D램 업계는 적자 구조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세 공정기술과 원가 경쟁력이 취약한 D램 기업을 중심으로 도태 현상이 벌어지고 소수의 D램 기업만이 살아남을 전망이다.
◇D램 시장 구조 재편 가속화=지난해 12월 D램 주력 제품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달러 이하로 무너졌다. 주요제품 1기가비트(Gb) 667메가헤르츠(㎒) DDR2 D램의 이달 말 고정거래가격은 0.88달러로 여전히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제조비용보다 시세가 낮아지는 사태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위기상황은 키몬다를 작년 말 퇴출로 내몰았다. 독일 키몬다는 2007년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에 이어 세계 3위 자리를 지켜왔으나 자금난으로 2008년 5위로 내려앉았다. 세계 6위인 대만 난야는 오랜 파트너인 키몬다를 지난해 버렸다. 그리고 세계 4위 미국 마이크론과 손을 잡았다. 세계 7위 대만 프로모스는 대만 정부의 구제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최근 하이닉스와 협력관계도 포기했다. 동맹도 청산할 정도로 세계 D램 시장은 서버이벌 게임 모드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살아남기 위한 연합전선 구축은 현실성을 이유로 구축되기 힘들어 보인다. 그 결과 대만발 ‘반(反)코리아’ D램 연합군 결성이 다시 원점으로 회귀했다. 대만 반도체 6개사를 한곳(타이완메모리)으로 통합하고 마이크론·엘피다를 연계하려던 대만 정부의 구상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마이크론-난야(이노테라)와 엘피다-파워칩(렉스칩) 등 양 진영으로 통합될 전망이다.
대만 정부가 자국 D램업계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700억대만달러(약 3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책정한 금액은 300억대만달러(1조3000억원)다. 이 정도 규모로는 대만 반도체 기업들의 재무건전성을 회복시키기에는 쉽지 않다. 일본 엘피다는 심각한 자금난으로 일본 정부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지만 쉽지 않다. 마이크론 역시 8분기 연속 적자에 있는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퇴출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기업의 시장 점령 기회=세계 D램 업계의 위기는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에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 등 국내 반도체 업체는 올해 생산능력 중심의 ‘치킨게임’에서 손을 뗐다. 양사는 기술력 중심의 ‘미세공정 게임’으로 본격 전환, 글로벌 경쟁 기업보다 D램 미세공정 기술에서 1년 이상 앞서 나간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56나노 D램 공정에서 9월께 44나노 D램 공정을 도입한다. 하이닉스도 54나노 D램 양산 공정에서 6월께 44나노 D램 공정을 도입하고 9월엔 44나노 D램 제품을 한발 앞서 양산하기로 했다. 미세공정은 회로 선폭을 줄여 생산량을 끌어올리고 제조원가를 낮출 수 있다. 50나노급 이상 공정은 장비 투자만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40나노급 이하로 공정이 더 미세해지면 장비의 한계에 도달해 D램 기업은 기술력으로 승부수를 내야 한다. 삼성·하이닉스는 글로벌 D램 반도체 기업에 비해 앞선 기술력으로 원가경쟁력을 확보, 불경기를 극복할 계획이다.
이에 비해 난야 70나노급, 프로모스 80나노급 등 대만 D램 업체 대부분은 70∼80나노급 D램 공정에 머물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일본 엘피다 등도 60나노급 D램 공정을 주력으로 하면서 올해 50나노 공정을 도입하거나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투자 여건이 좋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만 등 경쟁기업의 통합 혹은 퇴출은 공급과잉을 해소, 국내 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공정 기술력, 시장 지배력, 기업 운영 효율성 등 측면에서 앞선 소수 기업만이 극심한 D램 경기 침체 속에서 살아남아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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