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시위 이후 정부는 쇠고기 원산지 표기 의무화 조치를 취하는 등 국민의 불안감 해소에 적극 나섰다. 그러나 여전히 수입산 쇠고기가 국산으로 둔갑돼 판매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유통과정에서 적발되더라도 이미 전국 각지로 팔려나간 쇠고기들을 회수할 시스템이 아직은 미흡한 상황이다.
◇수입 쇠고기, RFID를 입는다=전 국민이 소비하는 수입 쇠고기는 연간 30만톤에 달한다. 하루에도 1000톤가량의 수입 쇠고기가 세관을 통해 전국 각지로 팔려 나간다. 대량의 쇠고기 물류유통과정을 이른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추적하기 위해 RFID가 도입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삼성SDS와 공동으로 ‘u-IT기반 쇠고기 유통경로추적시스템’을 올 상반기부터 본격 추진한다. 이 사업은 RFID를 통해 쇠고기의 유통 과정을 손에 잡히듯 투명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창고 입출고 업무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통합 서버에 모든 쇠고기의 유통 과정이 실시간으로 전송되기 때문에 불량 쇠고기 회수가 지금보다 훨씬 쉽고 빨라진다. 수입산 쇠고기의 유통경로추적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세계 최초다.
◇RFID는 과거를 알고 있다=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RFID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수입산 쇠고기는 일반적으로 수입/보관 단계, 가공 단계, 판매 단계의 세 과정을 거쳐 소비자 손에 전달된다. 우선 쇠고기 박스들이 육지에 하차하는 순간, 모든 박스에 원산지 정보를 담은 스티커를 붙인다. 그리고 스티커의 앞·뒷면 사이에는 제품별 식별번호를 메모리에 저장한 RFID 태그가 숨겨져 있다. 스티커의 앞면에는 컨테이너별, 박스별 식별 번호(선하증권번호, B/L:Bill of Lading) 바코드도 별도로 새겨진다.
박스들이 수입 창고의 고정형 RFID 게이트를 통과하는 순간 한 개 팰릿(35∼40개 박스)에 대한 RFID 태그 정보가 중앙 서버에 입력된다. 바코드를 하나씩 읽어야 했던 시간과 노동력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출고될 때도 RFID 리더기를 통해 출고정보가 이력추적시스템에 자동 전송된다.
중간 가공업자에게 전달된 쇠고기 박스의 입고과정도 RFID 태그를 통해 인식된다. 박스 해체 후 부분 가공 및 재포장된 쇠고기 박스는 원산지 정보를 보유한 식별번호에 재가공 정보가 담긴 식별 번호를 추가로 부여받는다. 중간 가공지의 정보가 추가된 RFID 태그가 재발급되는 것이다. 출고될 때는 다시 태그가 인식돼 중앙 서버로 업데이트된 정보가 전송된다.
마지막으로 판매상에 전달된 박스들은 해체 및 무게 측정 등을 통해 소포장이 이뤄진다. RFID 리더 기능을 지닌 전자저울을 통해 더 작은 단위로 나뉘고 소포장된다. 결국 소비자는 소포장된 쇠고기의 라벨 및 고유번호를 통해 전국 어느 매장에서도 쇠고기의 원산지, 품명, 중량, 유통기한, 중간 가공업체 통과 내역 등을 알 수 있다. 매장에서 PC 및 키오스크를 통해, 그리고 PDA(휴대폰) 또는 PC 상에서 라벨번호를 입력해 모든 내역을 볼 수 있다. 문제가 없는 고기인지 즉시 확인할 수 있다.
◇RFID, 거래 전자동화 실현=RFID는 창고 입·출고 업무 효율성을 크게 높인다. 박스 입고 시 60박스 기준 12분이 걸리던 수작업을 RFID를 통해 10초 이내로 단축할 수 있다. 이 사업을 추진 중인 손경자 농림수산식품부 사무관은 “RFID는 대량의 물품을 관리하는 데 효율적인 기술”이라며 “창고 내역이 투명해져 효율적인 재고관리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RFID 태그에 대한 초기 비용은 지식경제부 u-IT 확산사업에서 지원받을 예정이며, 민간업체들의 가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하겠다” 고 말했다.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수입판매업체, 식육포장업체, 대형판매상, 급식업체, 소매업체가 RFID/바코드 리더기를 통해 입출고를 자동 관리할 수 있게 된다. 특히 거래명세표와 입고전표 관리가 전자문서로 처리돼 거래내역의 전자동화가 가능해진다.
◇똑똑한 회수가 가능해진다=현재 쇠고기 둔갑 판매방지는 해당 기업의 자발적 참여에 의존하고 있다. 문제가 발생한 쇠고기의 회수는 거래명세표로 이뤄진다. 따라서 공무원이 현장을 방문해도 명세표의 분실 등 요인으로 완전한 회수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유통경로추적시스템이 구축되면 해당 공무원이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재고를 파악하고 회수조치를 할 수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이 시스템을 유통단계별/지역별로 확산하고, 이른 시간 안에 전 수입업체 및 중간 가공업체에 도입 및 정착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와 국내 60개의 쇠고기 수입업체가 초기 적용 대상이다. 그러나 관련 법 제도 개선 및 소요 예산 지원 방안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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