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외화조달 `숨통` 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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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극적인 외화조달로 외환보유고만 축내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국내 은행들이 외화 조달에 잇따라 성공하면서 외화조달의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우리은행, 부산은행, 하나은행 등 시중은행이 잇따라 외화조달에 성공한데 이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등 국책은행들도 4월부터 본격적인 공모채 발행에 나선다. 높은 조달금리부담 때문에 달러 구하기에 나서지 않고 시기를 미뤄왔던 은행권이 적극적으로 외화조달에 나섬에 따라 4월부터는 외화유동성 문제가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9일 우리은행은 유럽계 금융기관으로부터 1년 만기의 미화 1억달러를 차입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중순 1억달러를 차입한 이후 두 달 만에 1년 만기짜리 조달을 재개했다. 금리는 1년 물 리보(런던은행 간 대출금리)에 3.40%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더한 수준이다. 우리은행은 이달 말 자금이 입금되면 만기 차입금 상환이나 수출입 중소기업 지원에 활용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미국계 금융기관으로부터 2년 만기로 2억달러를 조달하기 위해 협상도 벌이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번 주 내로 중장기물을 포함한 종합적인 외환조달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외화 자금조달에 문제가 없게끔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은행도 칼리온 은행 등 유럽계 은행으로부터 모두 2억달러의 외화자금 차입을 성사시켰다고 9일 밝혔다. 차입기간은 1년에서 1년 6개월이며 차입금리는 리보에 3.4%∼5.9%를 가산한 수준이다. 부산은행은 이달 말께 이 외화자금을 도입할 예정이며 기존 차입금 상환 및 부산지역 중소기업의 수출입 지원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이에앞서 지난 3일 ING은행으로부터 미화 5000만달러를 1년 만기로 조달했다. 차입금리는 리보에 2.7%로 3월초 입금 예정이다. 농협은 4월 1억달러의 해외 채권을 추가 발행한다는 계획을 잡고 있다.

은행들은 3월 말 주총에서 작년 실적이 확정되면 이를 바탕으로 공모 방식 중장기 채권 발행에 나설 계획이다. 일본계 금융기관이 이달 말 회계결산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자금 운용에 나설 것에 대비한 포석이다. 지난달 26∼27일 도쿄에서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기업설명회(IR)를 가진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도 일본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오는 4월부터 외화자금 시장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총에서 작년 결산이 최종 확정되면 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자금 조달을 본격적으로 개시할 것”이라며 “그동안 꽁꽁 얼어붙었던 해외 차입시장이 일본계 금융기관의 회계결산이 끝나는 다음 달부터 해빙 기류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