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기업]서울통신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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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바람이 몰아치던 작년 초 겨울밤, 오대산에서 하조대를 잇는 구간에는 900여명의 사람이 밤길을 걷고 있었다. 뜨거운 입김을 불어대며 한겨울 철야행군을 벌이는 이들은 군인이 아니었다. 서울통신기술(대표 오세영) 직원들이었다. 새해 경영목표 달성을 위해 매년 전 임직원들이 5개팀으로 나눠 각각 30㎞씩 총 150㎞ 철야행군 행사를 벌였다. 올해는 남한산성 야간등정을 예정하고 있다.

 통신망 구축, 통신 부가장비, 홈네트워크 등에서 독보적 위치를 굳힌 서울통신기술은 삼성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지난 1993년 삼성전자의 정보통신 네트워크 구축 부문을 기반으로 별도의 법인으로 설립됐다.

 초기 홈네트워크 시스템과 선로공사에 한정됐던 서울통신기술은 과감한 사업 확대로 통신망 구축, 통신시스템, 통신 부가장비, 홈네트워크, 시큐리티, IP 단말기 등 6개 사업군을 꾸려가고 있다. 매출액도 2001년 1995억원이던 것이 2004년 2900억원, 2007년 3500억원, 지난해 4070억원으로 해마다 크게 증가했다. 최근에는 호주와 중국·폴란드·스리랑카·가나·필리핀 등 해외 통신사업자에 모바일 네트워크, 엔터프라이즈, 홈네트워크 기술을 제공 중이다.

 서울통신기술은 유무선 국가 통신 인프라 구축사업에서부터 기업용 네트워크 장비 및 솔루션, 홈네트워크에 이르는 사업영역과 관련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다.

 가장 돋보이는 분야는 지난 2003년부터 시작한 교통솔루션이다.

 달리는 차 안에서 자동으로 요금을 치르는 이른바 하이패스 사업부문에서 서울통신기술은 이미 정상 궤도에 올랐다. 2005년부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공동으로 근거리통신망 기술을 개발하면서, 원천기술도 보유했다. 서울통신기술은 국내 처음으로 음성안내와 GPS 기능이 가능한 하이패스 단말기 ‘엠피온’을 출시해 단숨에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도로공사에서 발주하는 대부분의 단말기 물량을 수주하고 있다. 서울통신기술은 컨버전스 추세에 맞춰 ETC 기능의 내비게이션 등 텔레매틱스 기능까지 확대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을 개발 중이다.

 홈네트워크 사업은 서울통신기술에 가장 많은 매출을 안겨다준 분야다. 자체 브랜드 이지온(EZON)으로 굵직굵직한 대형 아파트 단지에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공급한 경험을 바탕으로 시장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또 기존 아파트 단지에도 쉽게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적용하는 기축향 사업도 추진 중이다. 별도 배선작업 없이도 통화·침입감지·가스누출경고·도어록 연동 등이 가능한 이동형 홈네트워크 제품이 대표적이다.

 서울통신기술은 해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 국제보안전시회에 참가해 선보인 ‘이지온’ 홈네트워크 제품과 디지털도어록 제품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면서 미국시장 진출이 무르익고 있다.

 통신 인프라 사업은 국내외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다. 해마다 정보통신공사협회가 발표하는 시공능력 평가에선 지난 2002년부터 줄곧 1위를 차지할 만큼 기술력과 노하우가 돋보인다. 국내 이동통신망의 32%, 초고속통신망의 58%를 차지한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도로공사에서 진행된 성능테스트에서 서울통신기술 하이패스 단말기는 전무후무한 통신성공률 100%를 기록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서울통신기술이 각 사업 분야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는 이유는 핵심 통신기술을 자체 보유하고 있어서다. 980명에 이르는 서울통신기술의 인력 가운데 300여명이 연구개발 분야에 종사할 뿐 아니라 대부분이 통신기반 기술인력이다. 주력사업인 통신망 구축과 서비스를 통해 다져진 기술력과 노하우는 해를 거듭할수록 진가를 더해가고 있다.

 오세영 사장은 “품질은 제품 설계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고객 요구와 혹독한 사용 환경을 가정한 제품사양을 결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며 “엄격한 규격 준수로 하이패스 단말을 비롯, 디지털도어록 등 홈네트워크 제품과 IP단말에 이르기까지 최고의 품질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 말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