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휴대폰을 중심으로 전세계 터치스크린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디스플레이 강국이라는 우리나라는 일본·미국 등 선진국은 물론 심지어 대만·중국보다 뒤처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 점유율이나 핵심 부품의 국산화 수준, 특허 출원 등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극히 취약하다는 분석이다. 터치스크린 시장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전후방 연관 산업의 기술 경쟁력을 조기에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5일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디스플레이뱅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시장에 출시된 터치폰의 터치스크린 패널은 일본 니샤, 대만 제이터치 등이 6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국산 터치스크린 패널 채용률은 전체의 10% 정도에 불과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해외 시장은 물론 안방조차 외산 업체들에게 내준 셈이다. 전세계 터치스크린 패널 출하량 점유율에서도 한국은 6%대에 그쳐, 대만(28%)·일본(23%)·중국(16%)에 비해 한참 뒤졌다.
특히 터치스크린 패널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의 외산 의존도도 심각한 상황이다. 투명전극(ITO) 필름의 경우 일본 니토덴코·오이케 등이 시장을 거의 독식하고 있고, 콘트롤러 IC 역시 미국 시넵틱스·싸이프레스, 일본 알프스전기 등이 장악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특허 출원 건수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는 게 디스플레이뱅크의 분석이다. 지난 1978년부터 2008년까지 30여년간 터치스크린 분야에서 출원된 유효 특허 5584건중 일본은 2910건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게 차지했다. 미국이 그 뒤를 이어 1288건(23%)으로 2위, 한국은 1084건으로 3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일본 특허 출원 건수의 3분의1 정도에 불과한 셈이다. 분야별로도 우리나라는 전체 특허 출원 건수 가운데 76%가 패널 기술에 집중된 반면, 일본·미국 등 선진국들은 패널·부품·유저인터페이스 등 모든 분야에 걸쳐 고른 특허 건수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디스플레이뱅크는 “터치스크린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패널 자체보다 ITO필름·콘트롤러IC 등 핵심 부품의 산업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전세계 경기 침체 상황에서도 터치스크린 패널 시장은 지난해보다 무려 50%나 급신장한 27억달러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됐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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