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필성 감독의 다크 판타지 영화 ‘헨젤과 그레텔’이 지난달 말 폐막한 제29회 판타스포르토 영화제의 메인 경쟁 부문인 판타지 섹션에서 심사위원 대상,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섹션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면서 또 다른 관심을 얻고 있다.
판타스포르토 영화제는 스페인의 시체스 영화제, 벨기에의 브뤼셀 영화제와 더불어 세계 3대 판타지 영화제의 하나다. 판타스포르토의 경쟁 부문은 ‘판타지’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감독 주간’ 등 세 섹션으로 구성됐는데, 헨젤과 그레텔은 유일하게 2개 섹션에서 메인 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영화제 측은 이 영화가 동화에서 출발하되 단순한 각색이 아니라 원전을 독특하게 비튼 창의성과 버려진 아이들의 잔혹한 상상이 던지는 슬픈 울림이 보인다고 극찬했다.
동화 속 오누이는 영화에서는 막 사춘기에 접어든 맏이 만복(은원재)과 둘째 영희(심은경), 그리고 막내 정순(진지희) 세 아이로 바뀌었다. 버려진 아이들이란 설정은 동일하나 영화 속 세 아이는 ‘순수하기’만 한 아이들과는 거리가 있다. 빵가루를 뿌려 길을 표시했던 지혜는 거꾸로 어른들을 길을 잃게 만드는 영특함으로 대체되고, 마녀의 꾐에 넘어갔던 순진함은 ‘이번엔 괜찮을지’ 어른들을 지켜보는 속모를 의뭉스러움으로 변형됐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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