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IT 투자전략은 어떻게 수립해야 할까?’
올해 은행권 CIO의 당면 과제는 적은 예산으로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 대처할 수 있도록 IT시스템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비용도 절감하고 비즈니스를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IT예산은 대폭 삭감된 반면에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등으로 금융산업을 둘러싼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해외에서 들려오는 은행 도산 소식이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다. 어느 때보다 리스크관리가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농협·국민·우리·신한·하나·외환·기업·산업, 대구·부산·경남·광주·수협은행 주요 13개 은행의 올해 IT전략을 소개한다.
올해 대부분 은행은 신규 IT프로젝트를 진행하기보다는 기존 시스템의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주력해왔던 주요 은행이 이제는 이미 구축된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는 쪽으로 조심스럽게 방향을 선회하고 있는 것이다. 대형 신규 프로젝트가 없는 상황이어서 그동안 구축해 온 대규모 전산시스템의 효율성을 모니터링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시점이다.
아울러 아웃소싱 등 비용절감을 위한 방안도 일부 은행을 중심으로 검토되고 있다. 아직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진행하지 않은 은행은 현재의 경기상황이 최악에 이르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차세대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센터 이전과 국제회계기준(IFRS), 자금세탁방지(AML) 등 컴플라이언스 이슈에 대응하는 프로젝트들도 올해 은행권의 주요 관심사다.
◇차세대시스템 안정화에 주력=농협과 하나은행은 각각 1월과 5월에 가동했거나 가동 예정인 차세대시스템을 안정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전략이다. 그나마 새로운 프로젝트라면 지난해부터 진행해온 프로젝트와 카드시스템 구축 정도다. 농협과 하나은행은 워낙 넓은 범위에 걸쳐 오랜 기간 차세대시스템을 구축해 왔기 때문에 시스템 안정화에도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밀려 있는 현업의 요구사항을 차세대시스템에 반영하는 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올 1월 차세대시스템 가동에 들어간 농협은 IT조직을 재정비할 계획이다. 개발 위주에서 운영 위주로 조직 및 프로세스를 바꾼다는 전략이다. 코어뱅킹을 상품화하겠다는 당초 계획은 내년 이후 진행할 예정이다.
오는 5월 차세대시스템을 가동할 예정인 하나은행도 성공적인 차세대시스템 운용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성공적으로 가동이 이뤄지면 연말까지 시스템 안정화와 현업 대응 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하나은행은 차세대시스템 가동 이후에 대비, 이미 조직을 일부 변경했다. 가동 이후에는 모든 인력이 하나INS로 전환 배치될 예정이다.
지난 2006년 차세대시스템을 가동하기 시작한 신한은행은 그동안 투자은행(IB)시스템, 국외점포통합시스템, 퇴직연금시스템 등 대규모 시스템 구축에 연이어 착수했다. 따라서 차세대시스템의 효율성을 점검할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신한은행 CIO인 오세일 전무는 “올해 IT전략은 기존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모니터링하고 효율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외환은행 등도 앞서 구축한 시스템을 철저하게 모니터링, 시스템 활용도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가상화 등 비용절감 방안 모색=비용절감을 위한 방안도 다각도로 추진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가상화 기술의 도입이다. 올해 가상화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은행은 기업·우리·하나·신한은행 등이다. 시간이 갈수록 가상화가 전 은행권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지난해 말 가트너는 올해의 IT 전략으로 가상화를 1순위에 올려놓았는데 은행권이 이 기술의 도입에 가장 의욕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기업은행은 오는 2013년까지 현재 보유 중인 약 400대의 서버를 101대로 줄일 계획이다. 가상화를 통해 40%의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데이터 이전을 앞두고 있는 우리은행도 가상화 기술을 도입해 유닉스 서버를 중심으로 서버 통합 전략을 추진할 예정이다. 송영남 IT기획부장은 “비용절감 방안이 전행적으로 모색되고 있다”며 “IT예산 절감을 위해 서버 통합이나 전력 효율화 방안을 마련해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도 각각 재해복구센터와 연수원에 가상화 기술을 도입, 확대할 계획이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IT아웃소싱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은행권은 문화적 배경 때문에 IT아웃소싱 도입에 유연하지 못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 비용절감 효과가 IT아웃소싱에 대한 거부감보다 더욱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나은행은 재해복구센터 운영업무 일체를 아웃소싱하기로 했다. 재해복구센터 관련 장비 구매부터 운영까지 모두 위탁 관리할 예정이다. 신한은행도 제한적으로 추진 중인 IT아웃소싱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IT공동화 논의도 일부 은행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과거 차세대시스템 공동 구축을 위해 IT공동화를 추진했던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이 IFRS 대응 방안을 공동으로 마련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대구·부산·수협, 차세대 구축에 관심=일부기는 하지만 IFRS, AML 외에 대규모 신규 프로젝트도 진행된다. 우선 경기가 지금보다 더 악화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하반기에는 대구, 부산은행이 각각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 부산은행은 전사아키텍처(EA) 등의 도입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프로젝트에 착수하게 되면 사업규모가 각각 4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수협은행도 이르면 연말께 차세대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이미 컨설팅 사업자를 선정했다. 상반기 컨설팅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내부 의사결정을 거쳐 시스템 구축에 들어갈 계획이다. 그러나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 시스템 구축이 내년으로 미뤄질 수도 있다.
산업은행도 민영화가 이뤄지면 IT지주 전략 방안을 수립하면서 차세대시스템을 적극 검토할 전망이다. 산은법이 통과되는대로 본격적으로 컨설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이 차세대시스템을 구축하게 되면 2000년부터 불기 시작한 은행권 차세대시스템 구축 열기가 1세대를 넘어 2세대로 진화하게 된다. 산업은행은 이미 지난 2000년에 차세대시스템을 구축, 가동에 들어간 상태다.
이 밖에 우리은행이 500억원 규모의 데이터센터 이전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오는 11월부터 총 6차례에 걸쳐 현재 잠실에 있는 전산시스템을 상암동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농협과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은 200억∼300억원 규모의 카드시스템 구축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신혜권 CIO BIZ+팀 기자 hk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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