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IT문화 이제는 학교다](134)잡셰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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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경제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이나 정부기관 등이 고용을 늘리기 위해 잡셰어링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습니다. 잡셰어링(Job Sharing:일자리 나누기)은 말 그대로 일하는 시간을 줄여 임금을 깎고 일자리를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것을 뜻합니다. 경제가 좋은 때면 회사를 다니는 사람을 줄이더라도 실직한 사람이 타 기업에 취직하거나 창업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아빠 엄마의 실직은 바로 한 가정의 생존 문제로 떠오릅니다. 국내에서 잡셰어링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월 중순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임금을 낮춰 고용을 늘리는 ‘잡 셰어링’ 방법을 강구해 보자”고 제안한 뒤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반도체기업인 하이닉스입니다. 하이닉스는 반도체 시장 불황으로 지난해 오래된 제품을 만드는 생산라인을 폐쇄하면서 1000여명의 유휴 인력이 발생했지만 해고하지 않고 무급 휴직이나 다른 생산라인에 배치했습니다. 임직원들은 임금 삭감과 복지 혜택 반납으로 13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해 서로 조금씩 고통을 나눴습니다.

 한화그룹은 최근 상무보 이상의 계열사 임원들이 자진 반납한 연봉 10%와 성과급 중 일부를 활용해 인턴사원 300명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경영진과 임원들이 올해 연봉의 20% 안팎을 삭감했고 작년 실적에 따라 지급하는 초과이익분배금(PS)도 전무급 이상은 전액, 상무급은 30%를 자진 반납해 고용을 최대한 유지키로 했습니다. 다른 기업들도 임원의 임금을 줄이고 직원의 월급도 일부 반납, 고용을 유지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공기업의 경우에는 신입사원 월급을 10∼30% 가까이 삭감하고 이를 통해 인턴사원을 뽑기로 했습니다.

 

 Q. 잡셰어링의 모범 국가로는 어느 나라가 있나요?

 A. 잡셰어링 선진국은 독일입니다. 통일 이후 극심한 경기 침체를 겪던 독일은 노·사·정 간 대타협으로 노동시간 단축, 임금 동결 또는 삭감 등으로 일자리를 나눠 경제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유럽 최대 자동차업체 폴크스바겐은 1993년 주당 36시간이었던 노동시간을 28.8시간으로 줄이는 대신 임금을 10% 삭감해 일자리 2만개를 지켰습니다. 독일은 잡셰어링으로 54만여개의 일자리를 만들었습니다. 독일기업들은 최근의 어려운 환경에서도 인원 감축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벤츠·BMW·루프트한자 등은 근로시간 단축을 선언했을 뿐 인원 감축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Q. 모든 나라가 잡셰어링을 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은 잡셰어링이라는 문화가 없습니다. 미국의 최대 자동차회사인 GM은 최근 전 세계 직원의 19%인 4만7000여명의 직원을 해고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최근 구조조정을 발표한 기업을 자세히 살펴보면 상당수 기업이 미국기업입니다. 미국에서는 많은 직장인들이 자신의 임금을 줄여 타인의 직장을 보장한다는 것에 대해 ‘자본주의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로 보고 있으며 고용주도 구조조정이 가장 효과적인 기업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갈등적인 노사관계 때문에 잡셰어링이라는 문화가 정착되지는 못했습니다.

 Q. 정부는 잡셰어링을 어떻게 지원하나요?

 A. 정부는 잡셰어링을 하는 중소기업에 대해 줄어든 월급의 50% 정도를 소득공제하는 방식으로 세금 혜택을 줄 예정입니다. 또 중소기업진흥기금을 통해 주는 정책자금에 지원할 경우 4% 이하의 금리 우대 혜택도 주기로 했습니다. 해고 대신 휴업 등을 하는 기업에 대한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수준을 중소기업에는 임금의 3분의 2에서 4분의 3, 대기업은 임금의 2분의 1에서 3분의 2로 높이기로 했습니다.

 Q. 잡셰어링의 문제는 없나요?

 A. 일부에서는 잡셰어링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노동계에서는 근무시간을 줄인만큼 임금을 줄여 다른 사람의 일자리를 유지하거나 고용하는 당초 취지와 달리 근무시간은 그대로이면서 월급만 줄어든다고 비판합니다. 특히 근무 시간에 따라 보상받는 현장 및 생산직과 달리 사무직은 일은 그대로 하면서 임금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반발이 큽니다. 또 신입사원의 임금을 줄여 인턴을 채용하는 방식은 기존 사원과의 형평성 문제도 야기합니다. 잡셰어링으로 정규인력을 채용하기 보다는 인턴과 같은 일시직을 고용하는 행태가 근본적인 한계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잡셰어링 때문에 불필요한 인력을 내보내지 못해 경쟁력이 악화된다고 볼멘소리를 합니다. 퇴직금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잡셰어링은 회사나 일하는 근로자, 정부 등이 서로 합의하지 않으면 성과를 내기 힘든 제도입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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