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내가 업무차 자주 방문하는 국방과학연구소의 한 책상머리에 쓰인 글귀다.
바쁘게 지낸다는 이유로 게으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이를 되새기곤 한다. 흔히들 바쁘면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바쁜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객 사이트로 줄달음질 치는 우리 회사 엔지니어들의 뒤통수에 “먼저 문제 정의를 잘해야 해”라고 습관처럼 한마디 덧붙인다. 이는 나를 향한 강화 학습이기도 하다.
내가 몸담고 있는 고성능컴퓨팅(HPC) 분야도 마찬가지다. HPC를 구현하는 데 대부분 고객들의 관심은 프로세서, 메모리, 스토리지, 운용체계 등 그 구조물에 집중된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같은 시스템상에서도 성능을 차별화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는 구조물 자체 외에도 환경설정 및 운영과정에서 고성능, 고생산성을 위한 변수들이 적지 않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모그룹 계열사의 정보처리시스템 도입을 위해 인도를 방문했을 때 자동화된 웹 기반 시스템 관리환경, 철저한 백업 업무 방법론을 한참 들여다본 기억이 있다. 이론과 실제를 조화롭게 구현한 사례에서 인도답다는 생각과 함께 본질에 충실한 그들을 부러워했다.
정보화는 이제 ‘생필품’이다. 개인이나 회사, 사회 모두 정보화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국가나 기업, 개인의 정보화를 구축할 때 올바른 방향설정은 매우 중요하다. 방향설정을 제대로 못했다고 고백하는 것은 본인이 게으르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제 잠시 차 한 잔 마시며 나침반을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 “조 부장, 지금 이게 맞는 방향이지?”
조현복 이하이스SGI코리아 기술부장 hbcho@sgi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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