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합 서비스] 정부 정책·이통사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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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신 요금의 결정권자는 당연히 사업자다.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성격이 아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출범 시 ‘서민생활 안정 지원’ 대책으로 공언한 가계통신비 부담 20% 절감은 사실상 활발한 사업자 간 자율경쟁 유도를 통해 실현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결합상품이야말로 정부가 놓칠 수 없는 대표적인 시장경쟁 유인이 될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통신 결합상품 할인율을 20%에서 30%로 확대하고, 통신 사업자가 요금을 인하할 때 신고제를 적용하는 등 요금 감면 절차를 간소화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정부의 통신비 절감 정책은 이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정부가 특히 결합상품에 관심을 갖는 것은 통신요금이 가계지출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하면서 결합상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3∼4년 전만 해도 결합상품에 소극적이던 사업자의 태도에도 변화가 일면서, 이제 결합상품은 사업자로서는 시장의 대세를 판가름할 놓칠 수 없는 마케팅 포인트가 되고 있다.

 방통위에 따르면 지난해 결합상품 등으로 인한 요금할인 효과는 약 6500억원이었다. 방통위는 다음달로 예정된 할인율 30% 확대가 시행되면 그 효과는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방통위는 이에 더해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 올 6월부터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이용약관 변경이나 방송통신 결합상품도 요금인상 시에만 이를 인가·승인하고 요금인하를 위한 이용약관 변경은 신고만으로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즉 요금 인하는 편하게, 하지만 요금 인상은 까다롭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요금할인률 30% 확대와 함께, 결합상품 활성화를 통한 통신비 인하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산업 진흥 및 활성화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방통위로서는 출혈 경쟁으로 비화될 때를 대비한 공정 경쟁 확보 방안 마련에도 고심하고 있다. 요금할인율이 30%까지 허용되면 다양한 형태의 불공정 행위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사전규제를 사후규제로 전환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검토해 여러 각도로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며 “소비자 편익과 공정 경쟁의 균형을 잡을 수 있는 방안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현재, 결합상품 요금을 전기통신사업법 제29조에 따라 인가 또는 신고하도록 사전 규제를 하고 있다. 인가 대상은 KT의 시내전화·초고속인터넷, SK텔레콤의 2G 이동전화 등이다. 심사기준은 요금할인으로 인해 경쟁사의 경쟁력 저하가 현저한 지를 심사하는 요금적정성 심사와 동등결합판매 여부 등이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6월 도입하게 될 사후규제는 결합판매로 인한 이용자 이익 저해 등의 금지행위가 있을 때, 시정명령과 과징금 등을 부과하는 형태다. 이익저해행위를 판단하는 기준은 비용절감·이용자편익 증대효과와 함께 시장지배력 전이 등 공정경쟁 저해효과가 고려된다. 금지행위의 세부유형은 개별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역무를 결합에 의해서만 가입하도록 하는 행위와 동등결합 필수요소를 정당한 이유없이 제공하지 않거나 부당하게 차별하는 행위 등이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해외에서는>

 영국·싱가포르 등지의 해외 통신사업자도 매출확대, 가입자 확보 및 유지 등을 목적으로 결합상품 출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영국에서는 결합상품이 이미 일반화됐다. 영국은 전체 인구의 40% 정도가 결합상품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영국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의 절반 이상은 전화나 TV와 같은 다른 통신 서비스를 결합상품 형태로 구매하고 있다. 또 보다폰·오렌지 등 이동통신 사업자도 가입자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와 결합한 형태의 결합상품을 제공 중이다.

 오렌지는 무선 공유기 기능과 인터넷전화 기능을 모두 갖춘 ‘라이브박스’라는 기기를 이용해 결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인터넷 다운로드를 무제한 제공하고 6명까지 무선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 시내전화와 국제전화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해외 사업자들은 자사가 직접 제공하고 있지 않은 서비스를 포함하는 결합상품 출시를 위해 전략적 제휴 및 조인트 벤처(JV) 설립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AT&T와 합병한 유선통신사업자 SBC는 지난 2003년 위성방송 사업자인 Echo-Star와 재판매 관련 제휴를 맺었다. 이듬해 SBC는 위성방송을 재판매하는 방식으로 조달해 ‘SBC, Echo-Star’브랜드로 TPS를 출시했다.

 또 미국의 스프린트와 컴캐스트·타임워너·콕스의 주요 4개 MSO는 지난 2006년 결합상품을 위한 조인트 벤처 설립을 위한 계약을 했다. 총 2억달러를 투자한 이 회사에서는 최근 ‘피봇 플러스’라는 이동전화와 케이블 방송의 결합상품을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스프린트의 이동전화와 MSO들의 디지털전화 간의 무료통화 및 MSO의 DVR 셋톱 박스에 저장된 프로그램을 휴대폰으로 전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결합상품에서 이룬 성공을 지렛대 삼아 전체 통신 산업에서 차지하는 위상까지 바꾼 기업도 있다. 싱가포르의 스타허브는 싱텔과 모바일원에 이은 3위 사업자였지만 2003년부터 초고속인터넷의 독점적 제공 및 결합상품 제공을 통해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 32.7%를 확보하며 싱가포르 통신시장의 2위 사업자로 뛰어올랐다.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

  

 <마케팅 사령탑이 밝힌 2009년 전략>

 SK텔레콤과 KTF, LG텔레콤 간 마케팅 전쟁은 전쟁이나 다름없다. 3사 간 경쟁은 더 이상 이동통신만의 경쟁이 아니다.

이들의 성패가 그룹별 결합상품 경쟁 우위를 판단하는 시금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동통신 마케팅 경쟁을 넘어 무한경쟁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결합상품 경쟁을 앞둔 이동통신 3사의 마케팅 사령탑이 밝힌 2009년 전략과 전술을 들어본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

◇ 이순건 SK텔레콤 마케팅기획본부 본부장

“SK텔레콤은 다양한 부가서비스와 상품을 개발해 고객 가치를 지속적으로 제고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이순건 SK텔레콤 마케팅기획본부 본부장은 “IPTV의 시장 선점 경쟁이 거세지는 등 통신시장 전체가 IPTV와 인터넷전화 등 신규 서비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라며 “결합상품도 자연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SK브로드밴드를 인수해 SK텔레콤이 유무선 컨버전스 사업 기반을 확보했다고 평가한 이 본부장은 통신 비용 절감은 물론이고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상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 경쟁에 대응하고, 시장 리더로 자리 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지난 1월 출시한 이동전화와 브로드앤올 결합상품은 기능적으로 결합된 복합형 결합상품으로, 이동전화와 초고속인터넷 회선 추가 등 다양한 형태로 추가 결합을 만들어내는 변형 상품이라며 올해에도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와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이 본부장은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가 각각의 상품을 묶은 결합상품은 경기 불황 속 소비자의 통신비 절감 욕구와 맞아떨어져 인기를 끌고 있다”며 “복합적으로 연동된 결합상품에 대한 우위를 확대·재생산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형종 KTF 제휴상품기획팀 부장

“KTF는 소비자 중심의 다양한 결합 및 제휴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 고객에게 색다른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임형종 KTF 제휴상품기획팀 부장은 소비자 혜택 증대에 초점을 맞추고 일상 생활과 연계된 상품으로 본원적 경쟁력을 제고할 방침이라고 소개했다.

임 부장은 KTF가 출시한 ‘쇼킹제휴팩’과 ‘이마트 쇼핑 요금’은 공전의 히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저렴한 요금뿐만 아니라 생활 밀착형 상품이라는 게 유효했다고 평가했다.

다양한 제휴 상품으로 고객의 통신비용 부담 경감에 일조했다는 임 부장은 향후 결합 및 제휴 상품의 성장 가능성을 낙관했다.

유무선 통신 시장의 포화에도 불구하고 결합·제휴 상품 시장은 초기 단계라는 분석이다. 저렴한 요금을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결합·제휴 상품이 시장의 중심축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임 부장은 “변화하는 환경에 맞는 결합·제휴 상품을 출시할 것”이라며 “고객 요구에 부응하는 차별화된 가격과 서비스로 승부수를 띄울 것”이라고 말했다.

◇ 이승일 LG텔레콤 마케팅전략담당 상무

“LG텔레콤은 유무선 통합 시장에 대응하고, 고객에게 차별적인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결합상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이승일 LG텔레콤 상무(마케팅전략담당)는 “고객 관점에서 실질적으로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LG텔레콤은 LG데이콤·LG파워콤과 통합 서비스 제공을 위한 과금 및 고객서비스 등 인프라 통합도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 상무는 LG텔레콤과 LG데이콤, LG파워콤은 각각의 경쟁력을 배가, 고객에게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하는 동시에 3사 간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전략을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상무는 기존 이동전화와 초고속인터넷을 묶은 결합상품 ‘파워투게더 할인’ 범위를 LG데이콤의 인터넷전화(mylg070)까지 확대하는 등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워투게더 할인’이 가입연한별 조건이나 이동전화 의무약정이 없고 가입대상 범위도 직계가족뿐 아니라 형제자매, 배우자 부모까지 확대시켜 가계통신비 절감이라는 결합상품의 본래 취지가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했다는 게 이 상무의 설명이다.

이 상무는 LG텔레콤의 고객 만족도 높은 상품기획 역량과 LG데이콤·LG파워콤의 유선 역량을 활용, 결합상품의 가치를 높이면 성장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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