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변신` 안하면 DEC 꼴 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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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바마노믹스의 핵심으로 떠오른 ‘코드 그린’의 주창자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지난 21일 “많은 기업들이 그린혁명을 외치고 있지만 사실 그건 혁명이 아니고 파티이며 혁명을 위해서는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에너지 가격을 실제 원가에 반영함으로써 소비자들을 그린혁명에 동참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파티’일뿐 ‘혁명’위해선 변해야=이날 ‘그린포럼 2009’ 기조연설 차 내한한 토머스 프리드먼은 “우리는 지금 그린파티를 즐기고 있을 뿐이며 누군가 다치지 않으면 그것은 혁명이 아니다”며 “IT혁명 때도 DEC나 데이터제너럴 같은 많은 IT기업들이 변하지 않아서 (지금) 저 하늘나라 IT천국에 있다”고 일침했다. 프리드먼은 “과거 혁신적 기업의 출현으로 기술이 발전했듯 ‘그린 구글’, ‘그린 삼성’과 같이 친환경 기술분야서도 혁신 기업들이 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린이라는 단어가 사라졌을 때 그린혁명이 끝나는 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린홈·그린카·그린도시처럼 앞에 ‘그린’이라는 수식어를 달지 않고도 최고 수준의 에너지효율을 낼 수 있는 제품이 나오는 시기가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답은 에너지기술=프리드먼은 “그린혁명은 에너지기술(ET)이 해결해 줄 것”이라며 “ET를 보유한 기업이 가장 큰 규모의 경제안보와 환경·에너지안보를 가진 세계적인 기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리드먼은 또 지구 온난화문제는 규제보다는 ET와 그것을 개발할 엔지니어에 대한 투자, 에너지 가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간 탄소배출감축 합의는 개발도상국들의 협조를 얻기 어렵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며 “ET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기업들이 대거 그린혁명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석탄이나 석유·천연가스는 수요가 늘어날수록 가격이 올라가지만 태양력·풍력 등 ET를 바탕으로 한 에너지는 반대로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소비자들에게 실제 에너지 가격을 매겨서 행동을 바꾸게 하지 않으면 그린혁명으로 전환되지 않을 것”이라며 소비자의 동참유도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전기요금 현실화해야”=프리드먼은 “지난해 미국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5달러로 급등했을때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도요타 ‘프리우스’가 없어서 못 팔 지경이었지만 다시 가격이 1.5달러로 떨어지자 차에 먼지가 쌓일 정도로 안 팔렸다”며 “이처럼 소비자들은 에너지 가격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고 주장했다. 전기요금을 생산원가에 연동시키면 대대적인 캠페인 없이도 소비자가 알아서 전기사용량을 줄인다는 설명이다. 한국전력공사의 경우 지난해 유가급등으로 화력발전 단가가 상승했지만 이를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않았다. 결국 3조66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전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 상황서 국내 전력 수요량은 크게 줄지 않았다.

 ◇그린혁명의 뇌관, ‘규모의 경제’=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그린홈 100만호 보급 계획’에 대해서는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그는 “그린 제품이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생산원가가 ‘친디아(Chindia) 가격’을 만족할 수 있을 만큼 떨어져야 한다”며 “한국의 보급확대 정책이 그린 기술의 규모의 경제에 기여, 친환경 제품 가격을 끌어내릴 것”으로 평가했다. 친디아 가격이란 중국·인도 등 개발도상국 국가 소비자들도 큰 부담없이 구입해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낮은 가격을 의미한다.

 같은 이유로 에너지기술(ET) 개발에 있어 미국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그는 “ET는 기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기술들과 경쟁해야 하는 탓에 규모의 경제를 통해 생산원가를 대폭 낮출 수 있어야 한다”며 “에너지 사용량이 가장 많은 미국이 나서야 결정적으로 그린에너지 혁명을 이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저서 ‘코드 그린-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세계’에서 “미국의 그린혁명은 교토의정서에 참여한 50개 국가들의 노력보다 더 가치롭다”고 주장한 바 있다.

 ※토마스 프리드먼=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로 언론인이자 국제 분야 전문가다. 국제질서와 외교관계, 세계화 및 중동 문제에 관해 쓴 칼럼들은 깊이와 대중성을 겸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중동 지역 취재 기사로 두 차례 퓰리처상을 받았으며, 9.11을 전후한 칼럼들로 세 번째 퓰리처상을 받았다. 저서로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세계는 평평하다’ 등이 있다.

 브랜다이스대학을 졸업하고 옥스퍼드대에서 중동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UPI통신 베이루트 특파원을 거쳐 뉴욕타임스 베이루트 지국장과 예루살렘 지국장, 백악관 출입 기자 등을 지냈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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