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 9홀에서는 좋은 스코어를 기록하다가 후반전에 무너져 90의 벽을 넘지 못하는 골퍼가 내 주위에는 꽤 많다. 본인들이 이유를 알지 못하니 치유책도 없고, 팔자려니 생각하면서 연습장에서 애꿎은 볼만 두들긴다. 스윙이 나빠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연습을 열심히 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문제점은 첫째, 떨어지는 체력이다. 둘째, 후반은 내기가 더블이 되기 때문에 과도한 긴장을 한다. 셋째, 집중력이 떨어져서 그렇다는 것이다.
후반에 무너지는 것은 체력 때문만은 아니다. 새벽 골프를 하는 때에 전반에는 몸도 안 풀리고 잠도 덜 깬 상태지만 후반은 신체적으로 상당히 회복된 상태라 체력이 떨어져서 후반에 무너진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후반에 무너지는 진짜 원인은 욕심이다. 전반에 43타를 쳐서 오늘은 잘하면 80대를 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후반은 무너지게 돼 있다. 기가 막힌 260야드 드라이버 샷을 때려놓고도 100야드 남은 웨지 샷에서는 누구나 뒤땅을 치는 것과 같은 이치다. 100야드 웨지 샷만 붙이면 수월하게 버디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바람 생각, 백스핀 생각, 좌우 편차 생각 등등 별의별 생각을 다 하면서 샷을 하니 뒤땅은 필연이다.
80대 초반을 치는 골퍼도 전반에 39타를 기록하고 70대 스코어를 만들 욕심에서 무리하다 보면 후반에 무너져서 80대 중반도 치기 어려운 때가 많다. 이것을 역이용하면 내기 골프에서 상대방을 무너뜨릴 수 있다. 전반에 39타를 친 파트너에게 “김형, 오늘 샷이 좋은데 싱글하겠어…”라고 한마디만 하면 스코어는 망가지게 돼 있다. 아마추어 중에서 고수라고 할 수 있는 80대 초반 골퍼도 그러할진대 80대로 진입하지도 못한 보기 플레이어가 욕심을 부리면 후반에 무너지는 것은 불문가지다.
90대 골퍼가 후반에 무너지는 것을 막으려면 욕심을 버려야 한다. 티샷한 볼이 오른쪽 언덕의 깊은 러프에 떨어지면 페어웨이 우드로 투온할 생각을 버리고 7번 아이언으로 페어웨이 정중앙을 노려 위기 상황을 벗어나야 한다. 만약 핀이 꽂혀 있는 쪽의 그린 사이드 벙커에 빠졌다면 핀에 붙일 욕심에 스윙 크기를 줄일 생각일랑 아예 하지 말고 평상시의 벙커 스윙으로 그린에 올린다. 롱 퍼트가 남았으면 브레이크에 신경 쓰지 말고 거리를 맞추는 데 전력을 쏟는다.
특히 OB를 조심해야 한다. 우측에 OB가 있으면 티잉 그라운드 오른쪽에 티를 꽂고 왼쪽 페어웨이 끝을 보고 티샷을 한다. 이런 여러 가지 전술이 있지만 후반에 무너지지 않으려면 무엇보다도 욕심을 버려야 한다. 말은 쉽지만 실행은 어렵다. 그래서 고수들은 후반에 내기 금액을 더블로 올리고, 마지막 세 홀에서는 ‘더더블’을 부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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