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중앙은행이다. 우리나라 통화량을 적절히 조절, 물가안정과 경제발전을 도모하는 목적을 지닌 국가 경제의 심장부라는 의미다. 한은의 통화정책이 삐끗하면 국가 전체의 ‘돈맥’이 막힐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한은의 정보기술 담당 중역(CIO)의 역할은 그래서 일반 시중은행과 다르고 일반 기업과는 더더욱 차별화된다. 이 같은 역할에 대한 중압감 때문일까. 한은의 CIO인 이영호 전산정보국장은 중앙은행 CIO로서 긴장감을 잠시도 늦추는 법이 없다.
◇첫째도, 둘째도 ‘안정성’=이영호 국장은 한은의 IT 부문을 운영하는 데 최우선의 가치는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시스템의 ‘안정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은의 지급결제시스템이 멈춰버리거나 통계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하면 사회적으로 큰 혼란이 올 수 있다. 이는 국가 경쟁력에도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오는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은은 항상 안정성과 보안에 관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IT 투자의 중점을 뒀다. 시중은행이 비즈니스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한발 앞선 IT 투자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한은은 다른 곳에서 안정성이 입증된 후에야 새로운 기술을 도입했다.
그렇다고 한은이 무작정 한발 느린 투자를 고집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른 부문은 몰라도 전략적인 면에서는 항상 앞서나가야 한다. 통화정책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때 제공할 수 있도록 정보를 통합하고 체계화하는 것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 국장은 “중앙은행 CIO의 역할은 고유한 기관 특성에 부합하도록 안정성을 확보하는 한편 최적의 의사결정을 위해 정보화 측면에서 효과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CIO는 IT와 현업의 ‘경계인’=지난해 하반기 이후 갑작스레 불어닥친 경제 악화와 환율 급등은 한은, 그 가운데서도 전산정보국에 많은 과제를 남겼다. 갈수록 금융환경이 복잡해지면서 IT의 효과적인 뒷받침이 절실해진 탓이다.
IT에 대한 현업의 요구 역시 나날이 많아지고, 그 수준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현업의 요구를 빠르게 간파해 해결해야 하는 책임이 더해지고,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수다.
이 국장은 “IT 부서는 현업의 요구를 최대한 만족시켜야 하고, 더 나아가 한발 앞서 현업의 요구를 찾아내야 한다”며 “현업의 눈높이에 맞추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자신에게 주문하듯이 말했다.
그의 지론대로 한은은 ‘정보화위원회’ ‘정보화실무위원회’ 등을 정기적으로 운영한다. 이들은 은행 전체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업에 대해 사전에 의견을 교환하고, 사용자들이 IT 부문에서 느끼는 만족도를 조사한다.
그는 “CIO는 IT와 현업의 ‘경계인’”이라고 정의하고 “IT에 너무 치우치면 현업과 멀어질 수 있기 때문에 늘 현업의 시각에서 그들이 가렵다고 느끼는 곳을 긁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위기에 빛나는 CIO=중앙은행이라고 해서 금융위기와 경기침체의 영향권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한은 역시 IT 투자 비용 부담이 적지 않다. 이 국장은 바로 이러한 위기상황에서 CIO의 합리적인 리더십과 거버넌스관(觀)이 빛을 발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그는 “IT는 현재와 미래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중요한 수단”이라면서 “어려울수록 무조건 IT 투자를 줄이기보다는 IT 거버넌스 관점에서 투자 축소가 리스크 증가로 이어지지 않도록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칫 현재의 100원을 줄이려다가 미래의 1000원을 잃는 악수를 두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올해 한은은 경기불황에도 지난 2007년부터 진행해온 ‘한은금융망(BOK-Wire) 시스템’ 혁신사업을 마무리하고, 상반기 PC통합보안관리 및 보안USB시스템 등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어 하반기에는 새로운 정보화전략계획(ISP) 수립작업에 착수, 내년까지 완성할 계획이다.
이 국장은 “현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IT가 중요한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확신하고, “한은의 장단기 통화정책이 효과적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IT 시스템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며 특유의 CIO론을 역설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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