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기술·산업 연구개발(R&D) 역량의 1% 정도밖에 갖고 있지 않은 우리나라가 성장에너지를 키워갈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1%가 나머지 99%를 배척하고, 움츠러들면 낙오할 수밖에 없다. 99%와 함께 섞이고, 더 나은 기술로의 진화를 꾀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만다.
여기에서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개념은 출발한다.
오픈이노베이션은 내재(內在)적인 것은 물론이고 외재(外在)적 지식·기술까지 연계함으로써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고, 결국 더 나은 R&D 및 기술 생태계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경제 위기는 기업의 R&D뿐만 아니라 연구소·대학들의 관련 투자 및 활동을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생산 및 이익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 투자부터 우선 줄이는 상황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R&D는 투자 축소의 0순위 업무인 셈이다.
이런 상황일수록 ‘오픈이노베이션’ 효과는 지대하다.
특히 위기 이후의 재도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오픈이노베이션은 비용은 줄이면서, R&D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는 비장의 카드가 된다.
지난 2003년 유럽, 미국을 시작으로 처음 태동한 ‘오픈이노베이션’은 2006, 2007년쯤 국내에 도입돼 우선 기업들을 중심으로 활용 필요성이 높이 제기되고 있다. 위기 이후에 오픈이노베이션은 진가는 더욱 크게 나타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복득규 삼성경제연구소 기술산업실 수석연구원은 “최근 선진국 정부 및 다국적기업이 개방형 기술혁신으로 글로벌 기술경쟁 선도와 시장 선점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는 추세”라며 “국내도 경제 위기 상황이지만, 개방형 R&D를 통한 새로운 기술혁신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이 민간이든, 정부든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 통신장비업체 시스코시스템스는 자체적인 기술 노력으로만 만들어지지 않았다. 광라우터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투자하고 기술 교류를 확대하며 그 기업을 인수(spin-in)함으로써 광라우터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를 거뒀다.
루슨트는 내부 NVG(New Venture Group)를 통해 디지털스트리밍 부문을 분사시켜 시장가능성을 확인한 뒤, 다시 매입하는 오픈이노베이션으로 대성공을 거뒀다. 또 장난감 완구업체인 레고는 지금도 마인드스톰의 신모델 개발에 반드시 고객들의 아이디어를 제안받아 개발 기획에 활용한다.
이 같은 글로벌기업의 ‘오픈이노베이션’ 노력은 곧바로 세계시장 선도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의 공급자 중심 R&D 체계는 시장·수요자 중심의 R&BD에서 후퇴할 수밖에 없으며 미래지향성과 개방형을 중시하는 제4세대 R&D로 나아가지 못한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올해는 우리나라에 개방형 R&D 체계를 세우고, 실천하는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
김용근 한국산업기술재단 이사장은 “R&D 사이클로 봤을 때 정부와 기업 간, 대학과 연구소 간, 연구소·대학교 내에서도 벽을 없애는 것이 국가 전체의 기술 에코시스템(혁신생태계·산업기술생태계)을 구축하는 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진호기자 jholee@
◆오픈이노베이션이란? 2003년 UC버클리의 체스브로 교수가 개념을 정립한 이론으로, 모든 것을 기업 내부에서 해결하는 ‘폐쇄형 기술혁신’의 대안으로 제시됐다. 기업들이 기술개발 및 상업화 과정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외부와 협력하는 현상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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