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인생의 만화] 심승현 작가의 ‘기생이야기’

Photo Image

 “프랑스에서 김동화 선생님의 ‘기생이야기’ 포스터를 봤는데 정말 자랑스러웠어요. 흔한 말이지만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파페포포 메모리즈’로 카툰 에세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연 심승현 작가(38)는 최근 ‘한국만화 유럽특별전’ 참가차 다녀온 파리에서 김동화 화백의 ‘기생이야기’를 재발견했다고 한다.

 그는 프랑스 방문 중 베텔스만에 출판 제의를 하러 갔을 때 한국 작가 중 단연 김동화 화백이 선두에 있는 모습을 보고 “나이가 들수록 성숙해지면서 인정을 받는 가치를 지닌 사람이 있구나” 하며 감탄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충무로 작업실 근처 커피숍에서 만난 심 작가는 ‘기생이야기’를 “김동화 선생님만의 철학이 숨어 있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그림만 봤을 때 야할 것이라는 편견과 달리 작품 속에서 발견한 철학이나 순정 만화 같으면서도 어른 만화 같은 그림에 심 작가는 이내 빠졌다고 한다.

 그는 존경하는 선배 작가의 작품 이야기를 하기가 어려운 듯 인터뷰 내내 “감히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조심스럽다”며 말을 아끼다가 이후 e메일로 추가 답변을 보내왔다.

 심승현 작가는 처음 기생이야기를 봤을 때 만화에서 흔치 않은 소재를 다루고 있고, 순정만화를 그리던 김동화 화백이 19세 이상만 볼 수 있는 어른 만화를 그려서 처음에는 낯설었다고 한다. 하지만 작품 속에 드러난 따뜻한 동양화의 고운 선 처리, 화려한 일러스트, 성적 농담이지만 해학이 들어 있는 부분에 매료됐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림 하나, 단어 하나에 공을 들이신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그는 자칫하면 통속적일 수 있는 기생이라는 소재를 통속적이지 않게 표현한 것을 두고 “작가의 장점을 극대화했다”고 대답했다.

 조선 풍속화에서 선을 중요시하듯 선의 유려함을 강조한 점과 절제된 언어를 사용해 통속적이지 않게 표현한 점이 심 작가가 ‘기생이야기’에서 발견한 김동화 화백의 장점이다.

 심승현 작가는 “자신을 계속 깨가는 김동화 화백을 닮고 싶다”면서 여느 인터뷰에서건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서슴없이 김동화 화백을 꼽는다.

 그 때문인지 김동화 화백의 작은 말이나 선물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독자에게 친절한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김 화백의 말은 지금도 심 작가가 마음속에 새기고 있는 부분이다. 처음 파페포포를 할 때는 자신을 위로하려고 글을 썼지만 그 말에 공감하고, 새로운 작품을 할 때도 잊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고 한다.

 김 화백이 선물로 준 어린왕자 피규어는 충무로 그의 작업실 책상에 놓여 있고, 김 화백의 사인이 있는 ‘기생이야기’의 일러스트 두 점은 지금도 집에 걸려 있다고 한다.

 보통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서 이미 만들어진 것을 반복하며 자기 안에 갇히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심승현 작가가 본 김동화 화백은 시간이 지나도 틀에 갇히지 않고 성숙해가는 작가다. 그가 김 화백을 닮고 싶고, 김 화백의 작품을 사랑하는 이유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