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 `4월 자금대란`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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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소제조업체 E사는 최근 위기 극복을 위한 전략 제품 생산 전환을 위해 설비투자자금을 요청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지원 기준이 전년도 매출이라 자격이 안 됐다. 초유의 경기위축 속에 지난해 매출이 늘어난 중소기업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거의 없다.

# 금융권에서 돈줄이 막힌 H사는 정책자금에 눈을 돌렸다. ‘조기집행’ ‘선지급’ 등 정부의 의욕에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신생 벤처인 이 회사로선 매출, 신용등급, 업력 등에서 번번이 기준을 맞추지 못했다. 기존 대출금의 금리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 또 다른 H사는 신제품 개발에 신규 추가 보증이 필요해 기술보증기금의 문을 두드렸으나 거절당했다. 업력이 10년 이상이라 신규 보증이 어렵고, 도리어 기대출을 상환하라는 통보가 되돌아왔다.



중소·벤처기업에 자금 숨통이 조여들고 있다.

정부가 경기 저점으로 잡고 있는 2분기에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질 위기에 처해 있는 중소·벤처기업이 줄을 섰다.

우선 산업 밑바닥에 ‘돈’을 돌게 하려면 신용보증기금(신보)과 기술보증기금(기보) 같은 정부보증기관이 관할 보증 규모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보증기관의 보증이 100% 대출로 이어지지 않지만 자금 확산 효과는 대출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현실적으로 은행이 1조원을 풀면, 기업에 1조원만 돌아가지만, 보증이 확대되는 것은 평균 16배의 자금 융통 효과를 낸다”며 “1조원 보증을 늘리면, 16조원 효과를 내는 일을 왜 서두르지 않는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은행으로서도 ‘자기 목이 포도청’인 상황에서 정부가 보증 규모를 획기적으로 늘려주지 않는 한 기업 지원에 더더욱 인색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기업평가 등급 산정에 한시적으로 직전 연도 실적 반영을 유예하는 등 특단의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영규 벤처산업협회 수석부회장은 “연구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해온 벤처기업들이 지난해 수익 급감에 그동안 투자분에 대한 감가상각을 하면 수익성은 더욱 악화된다”며 “한시적으로 감가상각비를 유예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보·신보의 보증서 발급 자격에 재무제표상 연속 적자 기간에서 2008년을 제외하는 형태도 고려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사 이래 최악이라는 경기상황 등 외적인 요인을 무시한 채 기존 기준으로 자금을 집행한다면, 중소·벤처기업들은 아예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과 같은 얘기”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은행들의 기업 대출 금리 인상 움직임을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전미숙 여성벤처협회 부회장은 “최근 예·적금 금리가 내려가고 있으나 대출 금리는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며 “금리가 2%, 4%포인트만 올라도 기업에서는 종업원 한두 명 인건비나 마찬가지”라며 정부 차원에서의 관리·감독을 주문했다.

사전 모니터링(애로신고), 정책 결정, 집행(관리·감독) 등으로 각기 지식경제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중기청 등에 나뉘어 있는 자금 대책기구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각 부처가 서로의 영역을 놓고 다투는 사이, 현장의 중소기업들은 오늘도 쓰러져 가고 있다.

이진호·김준배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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