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가는 `상생`의 길](4)상생 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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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월 19일 서울 반포 JW메리어트호텔

 지식경제부·금융위원회(정부), 현대자동차·포스코·하이닉스(업계), 신한·우리·기업은행(은행권),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신용보증기관) 수장들은 ‘상생보증 프로그램’ 협약을 체결했다. 프로그램은 대기업과 은행이 일대일 매칭으로 보증기관에 출연하면 보증기관이 이를 기반으로 대기업 협력사에 보증하고, 은행은 이를 바탕으로 중소기업에 대출하는 형태다. 보증출연금으로 최대 20배까지 보증할 수 있는 특성을 이용한 것. 대기업과 은행은 420억원을 출연하고 이로써 3사 협력사에 약 7000억원이 지원된다. 이 프로그램은 지식경제부·금융위원회가 작년 말 구성한 ‘실물금융종합지원단’이 기획재정부·대기업·금융권과 협의해 도출했다.

 

 #2. 2월 2일 은행연합회 공식 발표

 국내 6대 시중은행들이 총 5500억원을 신용보증기관에 특별 출연한다. 국민·우리·신한·하나·기업은행이 각 1000억원 그리고 농협이 500억을 내놓는다. 신보와 기보 신용보증기관은 이 자금을 바탕으로 6조6000억원에 이르는 보증에 나서고 은행은 이만큼을 중소기업 대출에 나선다. 은행은 BIS비율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상황 속에 보증을 바탕으로 한 중소기업 대출이 BIS비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활용하는 것.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은행·신용보증기관·중소기업 3자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상생을 위한 새로운 자금 프로젝트들이다.

 상생의 시너지 배가를 위해서는 ‘자금’이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씨앗 뿌리기’식 자금 지원에 대해서는 전문가 대부분이 반대다. 정부든 대기업이든 목적의식 없는 자금 지원은 오히려 ‘도덕적 해이’만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다. 목표가 있어야 지원기관·업체도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고민 속에 다양한 상생자금이 출연하고 있는 것이다.

 앞에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최근 상생 자금 프로젝트에는 신용보증기관이 참여한다. 적은 액수라도 보증배수(최고 20배, 일반적으로 12∼16배)만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1억원을 보증기관에 출연하면 최대 20억원만큼 신용보증기관에서 보증한다. 출연한 기관 또는 기업은 그만큼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상생 프로그램은 대개 신용보증기관에서는 보증수수료를 우대해주고, 은행은 대출 금리를 낮춰주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공기업도 이런 움직임에 동참했다. 한국마사회는 이달 4일 기업은행에 500억원을 예치했다. 기업은행은 여기에 500억원을 추가로 출연, 1000억원 규모의 상생펀드를 조성했다. 이 펀드를 기반으로 한 수익 전액은 신용보증기금에 출연되고 이는 다시 보증에 활용돼 중소기업 대출에 사용된다.

 정부 차원에서의 정책적 목적으로 한 상생 자금지원도 여럿 있다. ‘구매조건부 신제품 개발사업’이 그중 하나다. 중소기업청과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이 공동으로 펼치는 것으로 정부·대기업이 구매를 전제조건으로 중소기업이 사업을 수행하는 경우 자금을 지원한다. 중소기업이 적지 않은 개발비를 투입하는 기술의 구매처가 있다는 측면에서 여러 효과가 있다. 정부와 대기업은 중소기업이 우수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무엇보다 대기업 쪽에서는 경제성이 없어 직접 개발이 불가능한 기술 또는 제품을 중소기업을 거쳐 확보할 수 있다. 성공사례도 다수 나오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제품 경쟁력이 떨어지자 이 사업을 활용한 세양정공과의 공동 기술개발로 세계 선박시장에서 4위권을 유지하는 발판을 다졌다.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의욕을 고취하는 동시에 신기술을 개발하는 중소기업과 정부 또는 대기업이 윈윈(상생)하는 프로그램이란 평가다. 이 프로그램은 크게 수요기관의 구매를 전제로 하는 선도과제와 해외 수요처에서 주문받은 실용과제 둘로 나뉜다. 선도과제는 구매의사를 밝히고 검증을 거친 기술에 최고 5억원, 경제성과 개발비 규모가 큰 기술에 최고 7억5000만원이 지원되는 투자연계 과제로 구분된다.

 정부 정책자금으로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집행하는 협동화사업도 빼 놓을 수 없다. 대부분의 자금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업을 위한 자금인 데 비해 이 자금은 중소기업 간 협업자금이라는 측면에서 의미를 꼽을 수 있다. 협동화사업은 3개 이상의 중소기업이 사업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 공동으로 참여할 때 지원된다. 예컨대 중소기업이 공장 입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장 등 사업장을 함께 마련하는 것이 있다. 생산설비, 공해방지시설, 물류창고 또는 제품판매장 등을 공동으로 설치해 운용하는 때에도 적용된다. 협업을 통한 자연스러운 기술과 정보 공유에 크게 기여한다는 설명이다.

 중기청과 한국기업데이터가 공동으로 마련한 ‘공공구매론’도 상생을 위한 자금이다. 최근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에 소극적으로 돌아서면서 공공구매론이 제 역할을 못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상생을 위한 한국형 자금으로 손색이 없다. 이 대출상품은 정부가 공공구매 프로젝트를 수주한 중소기업에 자금을 저리로 신용 대출해 주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기관·지방자치단체·정부투자기관 등 모든 공공기관(현재 174개사 참여)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우리·기업·하나·부산·경남은행 등의 은행이 참여하고 있다. 공공기관으로부터 프로젝트를 수주한만큼 사업 이행 신용도가 높다고 판단, 일반적으로 대출금리는 1∼2% 낮게 책정된다.

 은행의 상생지원 프로그램도 등장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대·중소기업 상생 지원 상품인 ‘패밀리 기업대출’을 출시해 운영 중이다. 기업은행과 대기업 또는 공공기관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표준 협약’을 체결한 후 해당 대기업이 협력 중소기업을 추천하면 추천업체에 대한 대출한도와 금리를 우대해주는 신용대출 상품이다. 기업은행은 이 상품을 적용시 금리감면권을 0.5%포인트 추가 확대하고 신용대출 특례한도를 최고 3억원 추가로 늘리는 등 금리와 대출한도를 우대한다. 1월 말 현재 KT·LG디스플레이·현대자동차·아이마켓코리아 등 13개 협약대기업과 94건의 대출에 398억원이 활용됐다. 기업은행은 이 밖에도 대기업이 은행에 예치하는 예금을 근거로 협력중소기업에 대출을 지원하는 상생협약대출을 펼치고 있다. 포스코파워대출, KT 패밀리대출, 한수원 뉴파워대출, 포스크 패밀리대출 등이 그 사례다. KT 패밀리대출은 2007년 2월 출시돼 500억원의 예수금으로 409억원의 대출실적을 거뒀다.

 

◆대기업, 상생에 얼마나 쓸까

 ‘중소기업이 살아야 대기업이 산다’는 인식 속에 직간접적으로 대기업에 대한 중소 협력사 지원 목소리가 높다. 그렇다면 이들 주요 대기업의 협력사 지원규모는 얼마나 될까.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8∼10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작년 10대 그룹이 약 2조1798억원(이하 계획치), 30대 그룹이 약 2조3484억원을 상생협력 지원에 사용했다. 이는 전년도인 2007년에 비해 각각 25% 안팎 늘어난 것이며 2005년에 비해서는 두 배 이상 증가됐다. 2005년에는 10대 그룹이 8317억원, 30대 그룹이 1조401억원을 협력사 지원에 투입했다.

 전경련 측은 10대 그룹의 상생협력 비중이 크게 높은 것과 관련, “10대 그룹일수록 글로벌 경쟁 압력이 상대적으로 높아 협력업체의 역량강화를 기반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경영전략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원 유형별로 보면 시설·운전자금, 경영혁신·지분투자 등 경영지원이 지난해 1조8000억원으로 전체 상생협력 지원의 76.7%를 차지했다. 이 중에서도 시설과 운전자금에 대한 지원이 지난해 상반기 실적 기준으로 74%로 가장 많았다.

 기술개발과 인력교류 지원은 전체 상생협력 규모가 계속 증가하는 데 비해 상대적으로 매년 비슷해 구성비로 볼 때는 둔화 추세다. 기술개발·인력교류지원은 2005년 48.3%로 절반에 육박했으나 2008년에는 20.8%까지 내려갔다. 기술개발의 경우 연구개발비 지원이 지난해 상반기 실적 기준으로 78%로 가장 많았으며 품질생산설비가 13%, 공동연구개발 8%, 국산화 설비 1% 등의 순이었다.

 30대 그룹 가운데 상생협력 전담조직을 운영 중인 그룹은 19개였다. 또 전담조직 운영 계열기업 수는 62개사였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해 조직 개편으로 협력업체와의 상생 및 동반자 관계 재구축을 위한 ‘상생협력실’을 신설했다. 회장 직속의 별도 조직인 상생협력실은 수천개에 달하는 협력업체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개선함은 물론이고 경영노하우까지 체계적으로 전수해 실질적인 동반자 관계를 이루는 것이 목표다. 삼성전자는 상생협력실 신설 직후 수원사업장에서 1350여개의 협력사와 하도급 공정거래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 주 내용은 상호 간 관련법규 철저 준수, 공정한 하도급 거래를 위한 3대 가이드라인 도입, 협력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종합 지원대책 마련 등 공정하고 투명한 하도급 거래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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