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의 미래 모습을 그리는 첫 단계는 2020년, 또는 20년 후 등 어느 시점을 목표로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목표 연도를 설정하는 데 분야에 따라 장기, 단기의 개념이 달라질 수 있다. 단기간에 변화가 크게 나타나는 분야는 4∼5년 후도 장기적인 목표 연도가 될 수 있다. 반면에 변화가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는 기후 변화, 환경 이슈 및 인구 변화 등은 적어도 20∼50년 후를 전망하는 게 의미 있다.
다음엔 목표 시점을 중심으로 경제·산업 부문에 영향을 미칠 이른바 메가트렌드를 살펴봐야 한다. 단기전망은 과거 추세의 연장이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론의 근간이 된다. 향후 10년 또는 20년 사이에 경제·산업 부문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메가트렌드의 변화가 반영돼야 산업의 구조적인 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
메가트렌드 가운데는 소비패턴의 변화, 인구구조의 변화 등과 같이 주로 수요 부문에 영향을 미치는 트렌드도 있고, 글로벌화의 진전, 환경·에너지문제 등과 같이 모든 부문에 충격을 주는 요인도 있다. 기술 변화, 경영의 신조류 등과 같이 주로 공급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도 주요 파급경로가 자본형성, 고용, 생산성 등으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고 따라서 충격에 대한 대응전략도 차별화돼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메가트렌드의 전개방향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이다. IT화 등 기술혁신과 더불어 글로벌화가 급속히 진전됐던 최근의 추세가 향후 10년간에도 유지될 것인지, 아니면 경제위기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대두, 대형 테러의 발생 등으로 글로벌화가 둔화될 것인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환경·에너지 관련 이슈도 유가의 변동, 세계경기변동에 따른 에너지 소비의 증가 또는 감소에 따라 그 충격이 증폭 또는 완화될 수도 있는 것이다.
또 메가트렌드가 특정 분야에는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는가 하면 어떤 산업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환경·에너지문제의 심각성은 에너지 다소비형 업종에는 타격을 줄 수 있으나, 환경 설비, 의료서비스 등의 분야에는 긍정적인 여건을 조성한다. 고령화도 의료기기, 의료서비스 등 이른바 실버산업을 발전시키는 요인이 되지만, 대부분의 전통 제조업은 수요와 공급능력 모두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경제주체의 기능과 성격 및 목표 연도에 따라 트렌드도 달라질 수 있으나,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메가트렌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미래학자 피터 슈워츠는 향후 10∼20년간의 메가트렌드를 ‘에너지와 커뮤니케이션’으로 압축시켜 설명했다. 향후 경제·산업에 큰 충격을 주는 요인들이 하드웨어든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든 에너지 또는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돼 있다는 뜻이다.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송병준 bjsong@kie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