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과 5개 관계사의 정보기술(IT) 부문을 총괄하는 남궁광 한미약품 CIO 겸 한미IT 대표는 CIO로서는 드물게 ‘영업맨’ 출신이다.
지난 95년 한미약품 공채 32기로 입사하자마자 쉼 없는 노력으로 주어진 매출 목표를 5배 이상 초과 달성하는 등 3년간 회사 전체 영업실적 1위를 달렸다. 당시의 노력은 e비즈니스팀으로 옮긴 이후에도 계속됐고, 보다 효율적인 업무 환경을 향한 끊임없는 노력은 결국 그를 CIO로 이끌었다. 또 그 노력은 나아가 그를 계열사 전반의 IT를 총괄하는 그룹 IT 자회사의 CEO로 이끌었다.
◇‘영업맨’ 남궁광=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사원으로 정말 열심히 뛰어다녔던 3년간의 영업사원 시절, 어느 업종보다 치열한 제약업 영업현장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고객의 주문서를 일일이 수기로 작성해 팩스로 보낼 정도로 ‘IT’와는 거리가 멀었던 1990년대 중반의 제약업종 현장. 보다 효율적인 시스템을 원하는 CIO적 발상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제가 영업사원으로 뛰던 당시에는 거래처인 약국에서 PC조차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좀 더 쉽게, 좀 더 생산적으로 업무를 볼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영업 부문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고민도 많았고요.”
이처럼 현장에서 직접 부딪치며 얻은 아이디어는 한미약품이 제약업종에서 가장 앞선 정보화를 추진하는 밑거름이 됐다. 한미약품은 지난 2003년 업계 최초로 영업담당자가 PDA를 이용해 현장에서 주문·수금업무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는 영업자동화(SFA) 시스템을 도입했다.
근무 환경을 송두리째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내부 반발이 적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현장의 애로를 잘 알기에 주변의 우려와 달리 큰 무리 없이 프로젝트를 마칠 수 있었다. SFA 도입은 영업직원의 업무 생산성 20%, 매출 기여도 15% 상승 효과를 가져왔다.
◇‘CIO’ 남궁광=지난해 하반기부터 불어닥친 경기침체 여파로 인해 모든 기업의 IT 투자가 위축되는 상황이지만 남궁광 CIO는 “경기가 어렵다고 투자를 줄이진 않겠다”고 말한다. IT는 한미약품 글로벌 비즈니스의 최선봉에 서 있다.
“중요한 것은 효과입니다. 투자 그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 투자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올해 한미약품의 IT 투자는 유통·물류 등을 중심으로 오히려 지난해에 비해 늘어날 예정입니다.”
모든 비즈니스가 ‘IT’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상황에서 IT 투자를 줄이는 것은 곧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게 CIO로서 그의 생각이다.
“기업 IT 인프라를 이루는 서버와 네트워크는 심장, 핏줄과 같습니다. 핏줄 하나라도 끊기면 심장이 마비되고, 이는 곧 기업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CIO는 한마디로 ‘기업에서 굉장히 소중한 사람’입니다.”
◇‘CEO’ 남궁광=그의 차량 번호 뒷자리는 ‘1088’이다. ‘1000억을 팔아라, 팔아라’는 뜻이다. 지난 2005년 자신의 제안으로 설립된 한미IT의 대표이기도 한 CEO로서의 그에게 1000억원은 상징적인 목표다. 지난해 200억원 남짓한 매출을 올린 한미IT에 지금 당장 이룰 수 있는 목표는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하지도 않다.
“한미IT는 한미 계열사의 정보화를 지원하는 동시에 제약업계를 비롯한 전반적인 기업 현장의 정보화를 지원하는 기업입니다. 비즈니스통합(BI), 모바일 미들웨어 등의 사업을 통해 외부 사업을 강화해 매출 성장을 이뤄나갈 것입니다.”
이를 위해 그는 CIO로서 한미약품의 앞선 혁신을 이끌었던 것처럼 한미IT에도 혁신적인 시스템을 과감하게 도입하고 있다. ‘액션플랜’으로 불리는 시스템은 직급과 소속에 관계없이 누구나 회사에 도움되는 프로젝트를 발의해 팀을 꾸릴 수 있는 제도다.
“기업이 거대화될수록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부서 간 장벽이 높아지면서 개인 업무는 한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누구나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에 옮길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물론 이러한 프로세스를 뒷받침하기 위해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IT’를 적극 활용할 것입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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