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훈의 시네마 읽기]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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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대에 다녀온 사람들은 ‘작전’이라는 말을 무척 싫어한다. 작전 상황이 걸리면 나갔던 휴가도 짧아지고 먹던 밥도 토해내야 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작전’이라면 몸서리칠 만한 사람들이 또 있었으니…. 바로 증권사에서 근무하는 이들이다. 증권 시장에서 작전이라는 단어는 유쾌하게 쓰이지 않는다. 작전 세력에 당했다, 작전에 말렸다 등등. 정상적인 주식 매매 흐름을 깨뜨리는 아노미 상태가 바로 작전이다.

 여기 ‘작전’을 주제로 한 영화가 있다. 미안하지만 작전명 ‘발키리’는 아니다. 다음달 12일 개봉하는 영화 ‘작전(이호재 감독, 박용하·김민정·박희순 출연)’은 주식을 메인 테마로 했다는 것 외에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판정을 받아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제시한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의 사유는 노출이 아닌 ‘청소년의 주가 조작 모방 위험’이다. 이례적이다. 제작사는 이전 다양한 범죄를 소재로 한 영화들도 모방 위험성을 이유로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사례가 없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개봉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싸움은 쉽지 않아 보인다.

 등급 판정이 흥행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르겠지만 작전은 사실 몇 가지 이유로 이전부터 세간의 관심을 끌어왔다. 그 첫 번째는 시나리오다. 강현수(박용하)는 ‘찌질한’ 인생을 한 방에 갈아타기 위해 주식에 도전하지만 순식간에 신용불량자가 된다. 이에 독기를 품고 프로 개미가 된 그는 마침내 작전주를 추격해 수천만원을 손에 쥔다. 기쁨도 잠시, 하필 그가 건드린 것은 전직 조폭 출신 황종구(박희순)가 작업 중인 작전주였다. 몰매를 맞고 납치된 현수는 되레 황종구의 작전을 망친 남다른 능력을 인정받아 600억원 규모의 작전에 엮이게 된다. 그러나 그 판은 만만치 않았다. 각종 프로들과 외국 자본까지 들어온 작전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가고, 눈먼 개미들의 아우성이 터진다. 누가 이를 수습할 것인가.

 작전의 시나리오엔 작가의 ‘볼펜똥’보다 감독의 ‘발품’이 더 많이 묻어난다. 이호재 감독은 특수 용어가 난립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순화시키고 관객을 체화시키기 위해 수백번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무래도 책상물림에서 나온 시나리오는 현장감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2년 동안 직접 증권맨뿐만 아니라 상류층·정치인·기업인 등을 만나 이른바 돈 있다는 사람들과 실제로 작전을 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말투와 태도 등을 세밀히 관찰해 리얼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두 번째 유명세는 공간의 미장센 때문이었다. 작전은 캐릭터 간 팽팽한 긴장감을 보여주기 위해서 모든 장면을 두 대의 카메라(ARRILT, ARRI 535B)로 촬영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이 카메라들은 빠르게 변하는 주가와 속고 속이는 주인공들의 상황을 묘사하기 위해 3600컷으로 나뉘었다. 일반 한국 영화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렇게 공들인 카메라는 주식 객장과 트레이딩 센터는 물론이고 투자 사무실, 방송국 등을 모두 현지 로케이션된 세트와 함께 심도 있는 화면으로 만들어냈다는 후문이다. 특히, 차갑고 단절된 느낌을 주기 위해 2억원의 제작비가 투여돼 별도 설계된 유서연의 사무실은 공간의 미학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배우들의 노력은 사전 마케팅의 방점을 찍었다. 언론을 거쳐 알려지긴 했지만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한 배우들의 고군분투가 있었다. 주식만 파고든 백수 캐릭터를 맡은 박용하는 촬영 내내 쌀 한 톨 먹지 않고, 힘들게 만들었던 근육을 없애면서까지 눈물겨운 다이어트를 감행했다. 또 김민정은 역시 유서연을 완벽히 표현하기 위해 엄청난 다이어트를 시도했다는 후문이다. 전직 조폭 출신이라는 캐릭터를 위해 살을 찌워야 했던 박희순은 식사 때마다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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