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가 처음 발견해 그 이름을 딴 ‘뫼비우스의 띠’는 안과 밖의 구분이 없는 위상기하학적 성질을 가지는 곡면이다. 안으로 가다 보면 밖으로 나오고, 밖으로 가다 보면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앞뒤가 명확하게 구분되는 일반적인 면과 달라 모든 것에는 안과 밖의 구별이 있다는 고정 관념을 무너뜨리게 한다. 또 뫼비우스의 띠는 풀리지 않는 미로나 수수께끼로 여길 수도 있고, 영원히 맴도는 한계를 나타낼 수도 있다.
좀처럼 풀리지 않는 남북 문제를 바라보면 뫼비우스의 띠를 떠올리게 된다. 가 본다고 부지런히 가 보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다. 마치 풀리지 않은 숙제를 안고 있는 것 같다. 남북 협력의 길은 대결구도가 아닌 함께 갈 때 가능하다. 안팎이 구분된 듯하지만 결국 하나인 뫼비우스의 띠처럼 남북도 결국 한길로 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대남 접근법은 마땅히 가야 할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과 같아 안타깝다. 강경 일변도는 남북 어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이 취하고 있는 태도는 개성공단을 포함해 여러 상황을 더욱 꼬이게 하고 있다. 개성공단은 우리 모두에게 가능성의 공간이다. 북한은 당면 문제인 경제난 해소에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남한(기업)은 가장 가까운 거리의 투자지역을 찾은 것이다. 또 개성공단은 IT 공단으로서 충분한 가능성이 있는 곳이다. 남북 당국이 신뢰하는 가운데 현안을 해결해 나간다면 남북 IT 협력 공간으로 유용한 지역이 개성공단이 될 수 있다. 남한 소프트웨어 기술의 우수성과 북한 휴먼웨어의 잠재력이 합쳐진다면 열린 가능성의 세계로 함께 갈 수 있는 장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이런 시각에서 바라보지 않으면 모두의 위협이요, 위험이 될 수 있다.
뫼비우스의 띠를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면 희망적이다. 이 공간에서 한 바퀴 돌아 처음 자리에 오면 좌우만 바뀔 뿐 그 위치에 갈 수 있다. 여기서 좌우의 방향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 위치에 그대로 서게 된다. 남북 문제 역시 아무리 꼬인다 해도 대의는 변할 수 없다. 남북 간 변수는 참으로 다양하게 등장할 수 있다. 수많은 변곡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남북 간에 통일이라는 방향은 변하지 않으며, 그 길로 더딜지라도 나아가게 된다. 뫼비우스의 띠에 갇힌 듯한 남북 관계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적 변수가 큰 작용을 해 IT의 남북 협력이 원활치 않다면 남북 모두에 불행이다. 사실 남북 간 많은 변수 중 IT 협력은 남북 화해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지금과 같은 경색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협력의 새 판을 그리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속가능한 남북 IT 협력을 이루기 위한 기반 조사연구를 충실히 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의 순수 민간협력과 정부 지원을 통한 협력, 그리고 정부 간 협력 등을 남북 간 근원 문제와 희망적 미래 차원에서 재조망해야 한다. 여러 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지만 먼저 남북협력을 위한 인적 네트워크의 불안정성을 줄이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또 폐쇄적 정보 운영방식을 택하고 있는 북한의 현실을 감안, 지금까지의 경험적 사례를 분석해 북한의 기술 수준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이런 준비는 향후 전개될 남북 협력의 효율성과 효과를 높이게 해줄 것이다. 남북 관계가 더 이상 맴돌 수는 없다. 상황 변수를 가능한 한 줄여야 한다. 그것이 뫼비우스의 띠같이 순환하되 악순환이라면 그 띠를 과감히 끊는 조치도 필요하다.
최현규 KISTI 미래지식연구팀장 hkchoi@kist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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