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좋은 IT업계 비결은?…`차별화`

 불황일수록 차별성이 확실한 ‘킬러’만이 산다. 애플·IBM·e베이 등 대표 IT업체의 2008년 4분기 실적이 이 같은 생존법칙을 입증했다.

 최악의 경제 위기 속에 경쟁력 있는 제품과 서비스로 승부를 건 업체들이 ‘깜짝 실적’을 발표한 반면에 과거의 명성만 믿고 새 변화를 시도하지 못한 업체들은 1등의 위치에 걸맞지 않은 성적표를 받았다.

 ◇애플, 분기 매출 첫 100억달러 돌파=21일(현지시각) 애플은 지난해 27일 끝난 2009년 회계연도 1/4분기 매출이 102억달러(약 14조원)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매출 100억달러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8% 증가한 수치다. 순익도 16억1000만달러(약 2조2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증가했다. 애플이 월가의 예측을 상회하는 실적을 내놓은 데는 역시 킬러 품목인 ‘아이팟’과 ‘아이폰’의 힘이 작용했다. 이 기간 아이팟과 아이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 88% 증가한 2270만대와 440만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선보인 신형 맥북 노트북PC의 영향으로 매킨토시 판매량도 9% 증가한 250만대로 나타났다.

 이에 앞서 08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한 IBM은 기업들이 IT 비용을 삭감하는 분위기 속에 수익성 높은 아웃소싱과 서비스 부문에 역량을 집중해온 효과를 톡톡히 거뒀다. 반도체 부문 매출이 34%나 급감했지만 소프트웨어 부문 매출은 3%(환율 적용 시 9%) 증가해 총분기순익이 12% 늘었다.

 ◇e베이, 10년 만에 첫 매출 감소=애플과 IBM이 불황을 무색하게 하는 실적을 내놓은 데 비해 e베이·에릭슨 등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업체들의 추격에 무릎을 꿇었다. 온라인 경매 사이트의 대명사인 e베이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 감소를 기록하는 ‘굴욕’을 경험했다.

 이 회사의 2008년 4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1% 감소했다. 매출도 7% 줄었다. e베이의 분기 성적은 시장 변화에 재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경쟁사들이 소비자의 달라진 취향에 맞춰 정찰제 판매를 강화한 것과 달리 e베이는 경매 사업에 의존해오다 뒤늦게 전략을 선회했다.

 같은날 분기 실적을 발표한 에릭슨도 구조조정 비용 지출과 휴대폰 자회사인 소니에릭슨의 부진으로 지난해 4분기 순익이 31% 급감했다. 이날 에릭슨은 인력의 6.4%에 달하는 5000명 감축안도 발표했다.

 ◇1등도 변해야 산다=시장 전문가들은 올 1분기에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보고 고객의 마음을 움직일 만한 차별화 전략이 절실하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22일(현지시각) 마이크로소프트(MS)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애널리스트들은 윈도비스타 부진의 영향으로 윈도 매출이 8년 만에 최악의 수준을 기록, 매출이 목표치에 미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속속 내놓았다. 로이터는 이와 맞물려 감원과는 거리가 멀었던 MS가 수천명의 인력을 잘라낼 것이라고 보도했다.

 팀 그리스키 솔라리스자산관리 최고투자담당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애플처럼 킬러 제품과 최고의 브랜드 가치를 보유한 업체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란 칸 JP모건 애널리스트는 “e베이의 사례를 볼 때 1등 업체라도 여전히 소비자의 트렌드를 고려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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