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한국바이오협회 출범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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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오벤처협회, 바이오산업협회 그리고 생명공학연구조합이 뜻을 모아 한 단체인 한국바이오협회로 거듭나게 됐다. 세 개 단체의 통합은 효율성이 올라가고, 업계의 목소리를 하나로 담아내게 됐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협회 통합은 바이오벤처 기업과 제약회사가 하나의 생태계 속에서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선언적 의미를 담고 있다. 여태까지 바이오벤처 기업은 신약의 초기단계 개발에 집중했다. 반면에 제약기업들은 위험부담이 적은 제네릭 또는 복제약에 집중했다. 이로 인해 양 업종은 서로 만날 일이 없었다. 어쩌다 만나더라도 공통의 화제도 같이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그러나 이제 세상이 바뀌고 있다.

미국 오바마 정부 출범을 계기로 미국은 국가 재정 지출에서 의료비 지원에 들어가는 지출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 결과로 약품 가격 인하, 의료 수가 인하가 필연적으로 뒤따를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건강보험 재정 적자 축소를 위해 약품 가격 인하 압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바꿔 말하면 제약회사 측에선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제네릭 제품으로 매출과 이익을 확보하던 전략이 쉽지 않아졌다는 뜻이다.

바이오벤처 기업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그동안 안정적인 매출이 없어도 외부투자를 받아 신약 개발 자금을 조달해 왔는데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자금을 조달할 길이 막혀버렸다. 이제 먹고살 길을 찾아야만 한다. 이 때문에 바이오벤처 기업과 제약 기업은 같은 생태계에서 살게 됐다. 다만, 그 생태계가 티렉스와 벨로시랩터 같은 무시무시한 육식공룡이 우글거리는 ‘쥐라기 공원’이란 것이 문제다.

세계 유명 다국적 제약회사도 이런 물결을 피해가지 못하고 블랙홀에 빨려들 듯 ‘쥐라기 공원’ 생태계로 끌려들어왔다. 그 결과 자체 연구소 폐쇄 및 수천명의 박사급 연구원 감원이란 현상이 나타났고, 어떤 다국적 제약사는 ‘이제 자체적으로 신약 개발의 초기 연구를 하지 않겠다. 바이오 벤처가 개발한 초기단계 신약을 라이선스하는 방법을 택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개발 비용을 파격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호황을 구가하던 다국적 제약사조차도 생존을 위한 비용 절감이 최대의 화두로 떠올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내 제약회사와 바이오벤처 회사는 어떤 의미에서 큰 기회를 잡은 셈이다. 지난 5∼6년 동안 연구개발에 매달려왔던 바이오벤처 기업들과 대형 연구소들이 이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바이오벤처 기업들은 경험이 일천하다. 경험 많은 국내 대형 제약회사와 바이오벤처 기업이 파트너가 돼 서로 부족한 점을 메워 주고 협력한다면 훌륭한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다국제약과의 파트너링을 통해 유럽·미국에서 신약을 출시하는 글로벌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

한국바이오협회의 출범은 이런 의미를 가진다. 바이오벤처 기업과 제약 기업의 협력을 통해 우리나라 바이오 산업, 생명공학 산업, 제약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매치 메이커 역할을 바이오협회가 맡아야 할 것이다. 최근 20년 동안 중공업과 IT산업이 우리나라를 먹여 살렸다면 앞으로 30년은 바이오산업, 좁게는 제약산업·의료산업이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것이 틀림없다.

 묵현상 메디프론 대표 hsmuk@medifr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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