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워싱턴은 행사 전부터 이른바 ‘무선 우드스톡(wireless Woodstock)’이 될 것으로 점쳐졌다.
휴대폰과 각종 휴대형 디지털기기를 이용한 음성통화는 물론이고, 취임행사장 풍경과 감흥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 전송이 폭증하는 첨단 IT의 경연장이 될 것이라는 관측을 지난 1969년 열린 전설의 록페스티벌 ‘우드스톡’에 빗댄 말이다.
수백만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를 두고 대형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통화 및 데이터 전송량 폭주가 자사의 네트워크 서비스 성능을 압박할 것을 우려했다. 관람객의 상당수가 현장에서 친구·친지에게 사진을 전송하거나 블로그,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에 관련 내용을 대거 업로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데이터 통신량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늘어난 고선명 카메라 휴대폰, 뉴욕타임스 등 많은 매체는 독자를 대상으로 전개하는 취임식 사진 보내기 행사 등은 네트워크의 부담을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가져왔다.
이에 따라 사업자들은 행사 관람객의 음성통화 자제와 사진전송 연기 등을 요청하는 이례적인 홍보에 나서는 한편 수백만 달러를 투입, 네트워크를 업그레이드해 일시적인 통화량 급증에 대비했다.
더 많은 신호를 소화하기 위한 주파수를 통신타워에 추가했고 타워와 네트워크센터 간 신호전송용 지상케이블도 확장했다. 또 수십만달러를 들여 자가발전 시스템이 탑재된 통신 트럭까지 동원했다. 스마트폰 애호가인 오바마의 백악관 입성무대에서 모바일 담당 총감독을 자청한 것이다.
버라이즌은 트럭 등에 실을 수 있는 수십만달러의 이동식 통신장비 ‘COW’ ‘COLT’ 로 현장 서비스에 대비했고, 역시 지난 4월부터 취임식 대비책을 세워온 스프린트넥스텔은 평상시의 10∼15배에 달하는 수요에도 견딜 수 있도록 워싱턴 지역의 통신 용량과 지역 전송선을 확대했다. 이에 앞서 스프린트는 오바마와 바이든 가족이 필라델피아에서 워싱턴까지 거친 기차경로 주변에도 통신 서비스을 확대했다.
AT&T도 400만달러를 들여 네트워크를 업그레이드했다. 이 회사는 취임식 퍼레이드가 펼쳐지는 길을 따라 3G 통신성능을 80% 늘렸고, 2G 네트워크는 69%까지 늘렸다. 또 11개 주요 호텔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강화했고 2대의 위성 COLT와 예비 장비도 배치했다.
존 존슨 버라이즌 대변인은 “스포츠나 콘서트와 같은 행사장은 구체적인 관람객 수 추정이 가능하지만 이번 취임 행사의 통신수요는 ‘전례가 없어’ 가늠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행사 당일 통신두절이나 장애를 최소화하기 위한 사업자들의 노력에 일부 사용자와 소비자단체들은 “이 같은 행사는 서비스의 안정성과 신뢰를 입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항상성을 유지 못하고 장애나 오류가 발생한다면 응분의 보상을 치러야 한다”고 밝혔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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