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실이 최근 지난 한 해 이명박 대통령의 각종 연설과 대화록 등을 간추린 ‘2008 이명박 대통령 어록’을 발간했다. 부처 장·차관을 비롯한 고위공직자, 지방자치단체장, 주요 공공기관장 등에 한정 배포용으로 5000부가 제작됐다.
IT에 대한 대통령의 시각을 볼 수 있는 어록도 있다. ‘정보화 시대에 IT를 접하는 사람은 소득이 높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소득이 낮아져 빈부 격차가 벌어졌다(대통령과의 대화)’ ‘산업화 시대에 이어 정보화 시대를 거쳤지만 정보화 시대도 역시 원천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녹색성장 신성장동력 보고대회)’
일견 타당하다. 정보화 시대에서 IT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간에는 생산성에서 차이가 난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빈부 격차가 벌어졌다는 말에는 공감할 수 없다. 인터넷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다. 인터넷은 이명박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하는 1인 1기업을 가능하게 한 지식집약형 고용 창출의 핵심 동력이기 때문이다.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한계가 있다는 대통령의 말에도 이견이 있다. 원천 기술 확보는 중요하다. 그러나 퀄컴에 로열티를 수천억원 지급했지만, 휴대폰에서 수조원의 이익을 올린 CDMA 이동통신 신화는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투입하는 원천기술의 확보보다 응용기술 확보가 더 현실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대통령 집권 이후 정부 부처에서 ‘IT’란 용어를 쓰는 것 자체가 금기시된 지 오래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이 IT라는 용어를 싫어해 정책을 만들 때 IT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대통령 어록 발간으로 IT에 대한 공직자들의 외면이 더욱 심해질 것 같아 걱정된다. 가뜩이나 대통령의 말이 고위공직자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요즘 같은 교체기엔 더욱 그렇기 때문이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