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뉴딜이 희망이다](1)프롤로그-미래를 위한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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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경제가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우리나라도 건국 이후 경제적으로 가장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됐다. 위기를 기회로 삼을 것인가, 성장엔진이 꺾인 채 좌절을 맛볼 것인가. 정부는 이른바 ‘녹색 뉴딜’이라는 강도 높은 경기 부양책을 내놓았다.

 사상 초유의 경제 위기에 정부가 정면으로 대응하는 셈이다. 하지만 ‘녹색 뉴딜’은 이제 시작 단계다. 갑작스러운 위기 앞에 다분히 대증적인 처방도 많이 포함됐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집중되면서 미래 성장동력인 정보기술(IT) 투자가 오히려 뒷걸음질친다는 비판도 많다.

 이에 전자신문은 새해 ‘디지털 뉴딜’이라는 기획시리즈로 정부가 모색 중인 경제 위기 해법을 보완하고 일조할 계획이다. 특히 IT 업계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 디지털 뉴딜의 중요성과 지향해야 할 그림을 제시할 계획이다.

 ‘디지털 뉴딜’ 시리즈가 경제 살리기는 물론이고 미래 성장엔진까지 밝히는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하도록 독자 여러분의 뜨거운 관심을 바란다.

 영국은 19세기 초 증기기관차를 처음 발명한 ‘자동차 종주국’이다. 하지만 ‘자동차 강국’을 이웃나라인 독일에 내줘야 했다. ‘적기법(Red Flag Law)’으로 대변되는 정부의 잘못된 산업 육성책에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영국은 세계 최초로 자동차를 개발해 놓고도 전통 마차산업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자동차의 시속을 6.4㎞로 제한했다. 반면에 독일은 시속 200㎞를 질주할 수 있는 고속도로인 ‘아우토반’을 깔았다. 당연히 두 나라 자동차산업의 운명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벤츠·BMW·아우디 등 명품 브랜드로 독일이 세계 자동차 시장을 석권하는 동안 ‘자동차 종가’ 영국은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변방으로 밀려났다.

 21세기 초 불어 닥친 세계 경제 위기는 각국 정부를 시험대에 들게 한다. 이른바 ‘뉴딜’이라는 이름으로 위기 타파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영국식 위기의 길을 걸을 것인가, 독일식 기회의 길을 걸을 것인가.

 ‘디지털 종주국’을 자부하는 우리나라도 선택의 기로에 섰다.

 정부는 최근 ‘녹색 뉴딜’이라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향후 4년간 50조원을 공공 SOC 구축에 투입해 일자리 96만개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경기 악화로 대규모 실업난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 같은 부양책은 시의적절하다는 평가다.

 ‘녹색 뉴딜’을 찬찬히 뜯어본 산업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천 개발·도로 공사 등 주로 오프라인 SOC 개발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일자리 96만개 가운데 92만개가 단순 노무직이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전문가들은 경제 위기에 가장 좋은 처방으로 유효수요(일자리) 창출이라는 데 이견을 달지 않는다. 얼마나 효과적인 일자리를 창출하고 그 질을 보장하는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여기에 이왕이면 독일의 ‘아우토반’처럼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하면 금상첨화라고 지적한다.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인 IT산업 부양을 뼈대로 한 ‘디지털 뉴딜’이 각광받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KAIST 김진형 교수는 “세계 최강의 반열에 오른 우리나라 전자산업은 위기에 오히려 공격적으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성장 계기를 마련했다”며 “고용 창출 효과가 큰 SW산업에 이번 기회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경우 최근 정체기에 놓인 IT서비스와 콘텐츠산업 활성화에 물꼬가 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디지털산업 고용 창출 효과는 압도적이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매출 10억원당 제조업이 2.05명의 취업을 유발하는 데 비해 SW산업은 고용 효과가 무려 24.4명에 달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말 발표한 통계를 봐도 매출 10억원당 IT서비스업의 고용 효과는 16.5명으로 제조업을 8배가량 앞질렀다.

 이지운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전무는 “건설업은 불법 체류자가 25%를 차지하는 것과 달리 IT산업은 고학력자와 대학생 청년실업자를 대거 채용할 수 있어 고용의 질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 효용성에도 디지털산업은 비교우위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3분기 분석한 제조업 상장기업 영업이익률은 6.2%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IT업체 평균 영업이익률은 8.4%로 2.2%포인트 높았다.

 이 가운데 SW·콘텐츠업체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영업이익률 평균은 20∼30% 수준까지 껑충 뛴다. 고부가가치 창출을 통한 투자 선순환 능력이 그만큼 월등한 셈이다. 오는 20일 출범하는 미국 오바마 정부의 ‘신뉴딜’ 상당 부분이 IT분야에 맞춰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디지털 뉴딜’은 정체기에 접어든 우리 IT 산업의 대안으로도 손꼽힌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2008년 IT 산업 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2007년보다 5계단이나 하락한 8위를 기록했다.

 이지운 전무는 “우리나라는 삼성전자·LG전자 등으로 대표되는 세계적인 IT 제조기업과 세계 최고의 인터넷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지만 세계 IT 서비스 시장 점유율은 2%도 안 된다”며 “IT 서비스산업의 글로벌화로 중소 SW업체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올해 국가정보화 예산을 작년보다 7.1%나 대폭 삭감한 정부에 변화의 움직임은 감지된다. 지식경제부가 IT서비스·SW·융합IT 등을 망라한 ‘디지털 뉴딜’ 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행정안전부도 녹색성장과 연관된 ‘IT 뉴딜’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김성태 한국정보사회진흥원장은 “현 정부가 전면에 내세운 녹색성장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전통적인 SOC에 IT를 융합하고 접목해 더욱 지능화하고 첨단화한다는 개념을 포괄한다”며 “지금은 녹색성장 기조와 IT산업 발전이 함께 할 수 있는 각계 각층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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