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경부, 1분기 300억~500억 규모로
정부가 소프트웨어(SW) 산업 발전의 기폭제가 될 인수합병(M&A) 펀드를 만든다.
12일 정부부처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식경제부는 1분기 이내에 300억∼500억원 규모에 달하는 M&A 펀드를 조성해 시장에 즉각 투입한다.
윤수영 지경부 국장은 “SW산업의 생태계를 바꾸기 위해 M&A가 절실하고 씨앗 역할을 할 수 있는 펀드가 필요하다”며 “여러 펀드를 기획 중이나 SW 분야에 특화된 M&A 펀드를 반드시 포함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국장은 또 “상반기까지 가지 않고 서둘러 마무리할 것”이라며 “정부가 예산을 확보한 것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의 투자까지 이끌어내 펀드 규모를 키우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지경부는 신성장동력 펀드로 예산 500억원을 확보한 상황이며, 여기에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동원해 2000억원 규모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 펀드는 서너 가지 취지에 맞는 용도로 활용될 것으로 보이며, 이 중 SW M&A 펀드가 포함된다. M&A 펀드에서 정부가 투자하는 자금은 100억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 투자자들의 투자가 합쳐져 300억∼500억원 규모의 SW M&A가 나오게 될 예정이다.
<뉴스의 눈>
국내 첫 SW M&A 펀드는 업계 내 M&A 열풍을 불러일으킬 도화선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업계에선 이미 지난해부터 M&A 이슈가 충분히 달궈져왔다. 국내 SW기업 간 과당경쟁으로 인한 출혈을 방지하고 M&A로 더욱 거대해진 다국적 SW 기업과의 경쟁 기반 마련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물밑에서 수많은 M&A 관련 협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M&A를 주도할 만큼 여력이 있는 기업이 마땅치 않았다. 이에 비해 외신과 해외 연구기관들은 올해 역시 세계적인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IBM·MS·HP·오라클 등 굴지의 SW기업이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M&A를 진행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시장 흐름을 바꿀 수 있는 M&A 펀드 조성이 필요하다고 SW 기업들이 목소리 높여 외친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정부 또한 SW에 특화된 M&A 펀드 조성을 검토해왔으나,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예산까지 확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성공적인 사례가 잇따라 나오게 되면 추가적인 펀드 조성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점에서 이번 SW M&A 펀드는 업계에 연속적인 M&A가 일어나도록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펀드는 국내 SW 기업들이 M&A를 진행할 때 자금이 필요할 경우 지분 투자를 통해 이를 성사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전문 펀드가 성과를 거두려면 SW 기업들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확보하는 작업부터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SW 기업은 인력과 기술력이 자산이지만 현 금융권이나 인수자들이 이를 인정하지 않아 협상이 성사되지 않은 사례도 많았다.
M&A 펀드에 기대가 높은만큼 운용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우선 M&A 펀드 운용을 맡을 기관이 SW 산업과 투자에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 공정한 운용도 보장돼야 한다.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춘 펀드인만큼 작은 기업끼리의 통합보다는 규모가 있고 전망이 있는 기업끼리의 빅딜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김형곤 투비소프트 사장은 “여러 기업이 M&A 시도를 해왔지만 자금 때문에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았다”며 “M&A 펀드가 타깃을 명확히 해 역사적인 거래가 성사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