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IC카드 단말기 보급이 부진한 한국 실정을 악용, 불법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의 신용카드체크기 대부분이 마그네틱선(MS:Magnetic Stripe)형이라는 점을 악용해 신용카드를 사용한 후 본국에 돌아가 사용 내역을 부인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신용카드사들이 MS단말기에서 결제한 카드 사용 내역을 사용자가 부인하면 신용카드 전표를 수거하는 매입사가 배상책임을 지도록 제도를 바꿨기 때문이다.
11일 금융감독당국 및 카드업계에 따르면 일본 등 외국인 관광객이 IC칩이 내장된 비자카드를 사용한 후 귀국, 사용 내역을 부인하는 수법으로 우리나라 신용카드사들이 골탕을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외국 관광객은 글로벌 카드사인 비자카드가 ‘IC카드 고객이 MS단말기로 결제한 후 이용사실을 부인할 경우 그 책임을 카드사(발급사)가 아닌 매입사(신용카드전표 수거)에게 물도록 한다’는 점을 알고 악용했다. 비자카드 측은 아·태지역에 한정해 이 같은 정책을 적용했으며,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모든 지역은 내년 10월 적용할 예정이다.
신용카드사들이 실태를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피해 규모를 확인할 수 없지만, 일부 선두 카드사를 중심으로 지난해 말부터 대책을 마련하고 있어 그 규모가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했다. 감독당국도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지만 대안이 없고 피해가 확산될 수 있어 쉬쉬하는 실정이다.
피해가 잇따르자 선두 신용카드업체들을 중심으로 악용을 막기 위한 대책 강구에 나섰다.
모 카드사 관계자는 “면세점·호텔 등에는 여권 등 확인절차를 거쳐 사고를 막을 수 있지만 다른 가맹점에서는 그런 절차가 없어 사고가 발생한다”며 “외국인 거래가 많으면서 사고 발생 우려가 큰 가맹점에 대해 해외카드의 MS단말기 거래 시 단말기 승인이 떨어지지 않고 전화로 신원 확인 후 승인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인석 금융감독원 부국장(IT감독팀장)은 “비자카드의 정책을 탓하기보다는 우리도 악용의 타깃이 되지 않도록 IC단말기 확대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악용 사례가 유독 한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유는 1사 1단말기를 사용하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카드발급사들이 공용단말기를 설치,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별 방침의 차이로 IC단말기 전환을 꺼리고 있다. 부가가치통신망(VAN)업체도 별도의 이익이 없자 단말기 전환에 소극적이다. 우리나라 IC신용카드 보급비율은 100%에 육박하고 있지만 IC카드 인식을 위한 단말기 보급 수준은 겨우 20%를 밑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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